[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60]
어떻게 우아하게 늙어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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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
기사입력 2021-05-03 [11:10]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전염병학으로 박사를 받고 의과대학에서 조교수로 있던 데이비드 스노든(David Snowdon)은 교수로서 앞으로 어떤 연구주제에 매진하면 좋을지 고민스러웠다. 기왕 교수가 되었으니 뭔가 자신만의 연구 주제와 실적이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다 대학원생의 소개로 우연히 미네소타 대학교 주변에 있는 수녀원을 알게 되었다. 1833년 독일 바이에른 지역에서 세워졌다 미국으로 옮겨온 수녀원이었다. 교육을 주 사명으로 한 이 수도회는 학교를 설립하고 또 그 학교에서 일할 수녀들을 양성할 수녀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제는 전 세계에 퍼져 활동하고 있는 기관이다.

 

스노든 교수는 수녀들을 설득하여 수녀들의 노화와 건강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었다. 의학과 심리연구에서 수녀연구(nun study)는 쌍둥이 연구에 버금가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인간의 특성이 유전에 의해 영향을 더 받는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더 받는지 하는 문제를 알아보려면, 인간을 대상으로 일생을 거는 실험을 해보아야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쌍둥이들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쌍둥이들 중에는 이란성인데 동일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있는가 하면, 일란성인데 우연한 이유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있다. 이들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한편, 수녀들은 일반 사람들과는 달리 통제된 환경에서 거의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이들을 잘 관찰하면 특정 변수의 영향을 비교적 잘 가려낼 수 있는 것이다. 가령 학력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보려고 하면 일반 사람들의 경우는 다른 복잡한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하기 때문에 그 효과를 가리기 어렵지만, 수녀 집단에서는 다른 요인이 비슷하니까 학령 차이의 효과만 가려낼 수가 있는 것이다.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켄터키 대학교로 자리를 옮긴 스노든 교수는 1986년부터 75세 이상 된 수녀들 678명에 대해 자료를 조사했다. 그들에 대해 신체검사는 물론이고 지능검사를 주기적으로 했으며, 거의 동고동락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했고,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어떻게 자랐고 어떤 일을 했는지 모조리 조사했다. 물론 수녀원에 남아있는 모든 기록도 볼 수가 있었다. 심지어는 사망 후 뇌를 기증받아 뇌의 구조와 상태를 해부하기까지 했다. 15년 동안의 연구결과를 우아한 노년(Aging with grace)’이라는 책으로 냈다.

 

75세가 넘어가자 수녀님들의 건강은 서로 크게 차이가 났다. 걷는 것이 불편해진 분도 있었고, 몸은 성하지만 인지기능이 떨어져서 알츠하이머(치매) 증세를 보이는 분도 계셨다. 반면에 어떤 분은 100세가 넘을 때까지 신체도 건강하고 총기도 잃지 않는 분도 계셨다. 1930년대 나치가 독일 사회를 장악하고 있을 때, 미국 수녀원에서는 독일에서 갓 수녀가 된 젊은 수녀들 중 희망자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처음은 16명이 나섰으나 결국 미국행 배를 탄 사람은 두 사람이었다. 그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고 수녀로서 젊어서는 비슷한 삶을 살았다. 두 사람 모두 총명하였으며 주변 사람과의 관계도 좋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그들의 삶은 점점 차이가 났다. 마리아 수녀님은 재봉틀 작업을 하다가 70세에 은퇴를 했다. 그 때 알츠하이머 증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고서는 지능이 급격히 떨어져 80세에 사망을 했다. 그런데 돌로레스 수녀님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석사와 박사를 마쳤고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마리아 수녀님이 은퇴를 할 때 그녀는 아프리카 케냐에 파견되어 새로운 삶을 사셨다. 마리아 수녀님은 80세에 돌아가셨는데 돌로레스 수녀님은 80세에도 지능검사에서 완벽한 점수를 받았다.

 

나이가 들면 신체건강에 이상이 오고 치매에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마리아 수녀님과 돌로레스 수녀님처럼 나이가 들면 사람간의 차이가 심해진다. 누구는 우아하게 늙어가고 누구는 힘든 노후를 보낸다. 위 두 수녀님의 인생을 좀 더 들여다보았을 때, 돌로레스 수녀님은 꾸준히 교육을 받고 학습을 했지만 마리아 수녀님은 그러질 않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차이는 성격 차이였다. 마리아 수녀님은 다소 비관적이고, 침착하고, 개인적이었다. 반면에 돌로레스 수녀님은 긍정적이고, 활동적이었으며, 사회적인 활동을 많이 했다.

 

이것은 두 분의 문제가 아니었다. 스노든 교수팀은 수녀들이 수녀 교육을 마치고 서원식을 할 때 쓴 자서전을 분석했는데 그 자서전에서 긍정적인 표현을 많이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수명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긍정적인 표현을 가장 많이 한 그룹은 가장 적게 한 그룹보다 평균수명이 무려 6.9세나 높았다. 성격은 인생을 꾸려가는 패턴이고 기저이다. 긍정적인 성격은 인생을 활발하게 꾸려가고, 자원을 풍부하게 만들어간다. 우아한 노후를 만드는 것도, 훌륭한 리더를 만드는 것도 긍정적인 마인드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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