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58]
일상 속 행복한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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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
기사입력 2021-04-19 [14:58]

 필자는 결혼 초에 아내 하고 다툼이 많았다. 연애 때는 모든 게 좋았지만, 막상 살림을 꾸리다 보니 부딪힐 일이 꽤 있었던 것이다. 침대가 없을 때 이불 깔고 정리하는 것부터 문제였다. 서로 “네가 해야 한다” 하고 다투다 결국 나누어 하는 걸로 마무리를 했다. 저녁에 장롱에서 이불을 꺼내 방바닥에 까는 것은 중력을 이용하는 일이니 여자인 아내가 하고, 아침에 이불을 접어 올리는 것은 중력을 거스르는 것이니 남자인 필자가 하기로 했다.

 

어르신들께 안부 전화하는 것 가지고도 다투었 다. 필자의 어르신들에게 자주 전화를 하지 않다고 아내에게 불평했다. 그랬더니 아내의 반격이 들어왔다. “당신은 우리집에 전화를 했어요?” 하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그래서 아내는 시댁에 주 1회 전화를 하고, 필자는 처가에 2주에 한번 전화하기로 했다. 지금 젊은 부부들은 서로 똑같이 하자고 할 것이지만, 필자가 젊었을 때는 이 정도 불균형은 양해가 되었었다. 뒤돌아보니 필자의 부부가 지금처럼 평화를 누리고 있는 것은 그동안 많은 협상을 통해 균형을 찾았기 때문인 것 같다. 서로 주고받으면서 합의점을 찾아 온 것이다.

 

아이들과의 관계도 그렇다. 협상이라는 말을 안 했지만, 우리는 수없이 협상을 했고, 심지어는 협상을 의식하지 않고도 사실상 협상을 했었다. 어디 필자만이겠는가? 우리네 인생사가 협상 스토리로 가득 차 있다. 협상이란 인간관계에서 설득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는 대화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상대를 설득해야 하고, 상대를 설득하려면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거나,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 상대를 굴복시키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은 전쟁이나 강요지 협상이 아니다. 협상은 서로 해피해야 하고, 협상을 마친 후 서로의 신뢰가 높아지고,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협상을 잘 하면 행복도가 올라가는 것이고, 더 행복해지기 위해 협상을 하는 것이다.

 

 
A사장은 술자리가 많았다. 거의 매일 술을 먹고 귀가했다. 그러다 보니 부인의 잔소리가 심했다. 부인이 잔소리를 안 하는 날은 남편을 아주 무시해 버렸다. 그러다 보니 부부관계가 극도로 안 좋았다. 두 사람은 차분히 대화를 나누었다. A사장의 부인이 언짢아하는 것이 술도 술이지만, 아침 식사 때 남편이 휴대폰만 보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A사장은 술을 줄이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아침 식사 때는 휴대폰을 안 본다는 약속을 했다. 그랬더니 부부가 조금씩 대화를 하게 되었고, 아이들과의 관계도 좋아졌다. 그러다 보니 A사장의 귀가 시간도 점점 빨라지게 된 것이다. A사장의 가정에 함박꽃이 피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협상을 잘 할 수 있을까? 협상기법 중에 ‘가치교환’이라는 게 있다. 상대방과 가치를 주고받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 중에 상대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은 주고, 대신 상대가 가진 것 중에 내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을 받는 것이다. 가령 옷가게에서 옷을 사면서 할인을 좀 받고 싶을 때, 다짜고짜로 깎아 달라 하면 가게 종업원이 안 된다 할 것이다. 2개를 사면 어떻게 되는지? 친구를 소개해주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옷가게에서도 좋아할 수 있는 것을 내가 제공해야 저쪽에서도 나의 요구에 반응을 해 올 것이다.

 

김규환씨는 품질관리 명장으로 유명해졌다. 그러다 보니 외부에서 강연 요청이 많았다. 그러나 회사에서 월급 받고 있는 직원으로서 회사 일을 안 하고 외부 강연을 할 수는 없었다. 끙끙거리다 회사 임원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다가 이런 결론을 얻었다. ‘외부 강연은 월 1회에 한한다. 그리고 강연을 할 때는 반드시 회사 제복을 입는다.’ 가치의 교환이었던 것이다. 회사가 주는 것은 일을 조금 면해주는 것이고, 김규환씨가 준 것은 회사홍보였다. 회사도 김규환씨도 모두 행복해졌다.

 

당장의 현안만 보면 서로 주고받을 게 없을 것 같다. 할인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외부 강연을 허락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렇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대화를 통해 시각을 넓혀보면 서로 주고받을 게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P소장은 부하직원이 보고서를 제때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짜증이 났다. 몇 번 주의를 주기는 했는데 변화가 없었다. 차분히 대화를 나누다 보니 박사논문을 쓰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예 1주일 휴가를 쓰게 했다. 부하직원은 논문도 잘 마쳤고, 그 후 훨씬 열심히 일을 하게 되었다. 바로 이렇게 숨겨진 사정과 욕구가 많이 있는 것이다. 전체를 펼쳐놓고 보면, 나는 큰 노력 안 들이고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걸 주고 내가 원하는 것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협상은 행복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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