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이종원 화성시문화재단 대표이사
“경제든 문학이든 예술이든, 인간이 빠져선 안 돼”

“문화재단 존재 이유는 시민의 행복, 문화 플랫폼 통해 구현”
“삶의 현장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향유할 수 있어야 문화도시”
임기 중 화성시에 남기고 싶은 선물, ‘법정문화도시 지정’
“사람들 간 소통 소원해질수록 문화 향유 욕구 더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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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2021-04-19 [09:58]

▲ 이종원 화성시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추구하는 문화도시의 방향성을 이야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화성신문


  

111. 이종원 화성시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취임한 날이다. 그 무렵 취임 인터뷰 요청을 하고 싶었지만 100일을 참고 기다리기로 했다. 100일이면 업무를 파악하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적당한 시간일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인터뷰는 그렇게 100일 즈음인 지난 413일 오전에 대표이사 집무실에서 이루어졌다. 2시간 남짓 만나본 그는 솔직담백했다. 꾸밈이 없었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었다. 인상은 부드러웠고, 대화의 내용은 따뜻하면서도 무게중심이 확고했다.

 

바빴습니다. 몇 년은 흐른 것 같아요. 과욕을 부린 것 같습니다. 빨리 업무를 파악하고 싶었거든요. 부족하거나 비효율적인 부분들을 찾아내서 얼른 한두 달 내에 정리하고, 금년도 사업을 내실 있게 준비하고, 또 내년도 사업을 준비해보겠다는 나름의 일정을 가지고 왔는데 그게 굉장히 과욕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직이라는 게 한 사람의 생각대로 신속하게 움직여지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 조직이 크다보니까 좀 무거운 편이예요. 정원이 360명인데 현원이 345명이에요. 또 공간도 여러 군데로 흩어져 있어요. 직원들을 다 만나는데도 시간이 꽤 많이 걸렸어요. 제가 생각했던 게 과욕이었더군요. 하하하.”

 

이종원 대표는 문화재단을 보물창고라고 불렀다. 그만큼 시민들을 위해서 끄집어낼 것도 많고 할 일도 많다는 의미였다. 미래의 도시문화를 견인하는 주역이라고도 했다. 문화예술인으로서의 높은 자부심도 느껴졌다.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서 답 찾죠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지만 문화예술의 가치는 점점 더 커질 겁니다. 단순히 저의 예측이나 추정이 아닙니다. 미래학자들의 연구결과들이에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지속적으로 예술을 향유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거든요. 다만 기술의 변화에 따라 매체가 달라지고 향유하는 방식이 달라질 뿐이지요. 문화예술에 대한 소비욕구, 향유욕구, 참여욕구는 점점 더 커질 거예요. 혼자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람들 간의 소통이 소원해질수록 문화를 향유하고 싶은 욕구는 더 커집니다. 따라서 문화예술을 기획하고 프로모션하는 이쪽 분야는 앞으로도 계속 인기 있는 직업이 될 거예요.”

 

이종원 대표가 생각하는 화성시문화재단의 존재 이유는 명확했다. 시민의 행복이었다. 삶의 현장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저렴하게 많이 향유하도록 하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었다.

 

누구나 문화예술 교육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화예술가들이 창작과 발표를 수월하게 할 수 있어야 하고요. 화성에 문화예술의 공급량과 소비량이 많아져야 합니다. 그럴 때 화성은 수준 높고 살기 좋은 문화도시가 될 겁니다. 궁극적으로 시민이 행복한 문화도시가 되는 거지요. 그게 바로 우리 문화재단이 할 일입니다.”

 

대화는 문화재단의 존재 이유에서 자연스레 혁신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가 문화재단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가려고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문화재단 존재 이유와도 맥이 닿았다.

 

제 질문은 하나예요. 과연 문화재단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가? 이거예요. 시민들에게 양질의 다양한 예술을 많이 저렴하게 공급해야 하는데 과연 문화재단이 그렇게 하고 있는가. 화성의 예술가들이 창작과 발표 활동을 수월하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가. 예술가들은 시민들로부터 예우 받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럴 때 창작 의욕이 샘솟고 동기가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솔직히 저는 상당히 미흡하다고 판단해요. 문화재단은 시의 출연금으로 운영됩니다. 출연금은 시민의 세금이지요. 최대한 효율성 있게 경영관리를 해야 하는데 정말 그렇게 되고 있는지도 의문스러워요. 직원들과의 더 많은 대화를 통해 개선방안을 만들 겁니다. 문화재단 역할론과 조직관리 효율성, 이 두 가지를 결합해서 변화를 추구할 생각입니다. 주어진 재원으로 설립 목적을 최대한 구현해야지요. 직원들이 입사할 때 가진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그 혁신의 출발점입니다.”

 

화성시문화재단은 문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문화콘텐츠 개발, 지역 예술활동 지원, 찾아가는 문화예술 서비스, 공연·축제·전시 등 수준 높은 문화 제공을 통해서다. 동탄복합문화센터, 화성시미디어센터, 화성시생활문화센터, 화성시립도서관, 화성·반석·누림 아트홀, 동탄아트스페이스, 제암리3·1운동순국기념관 등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종원 대표가 앞서 말한 크고 무겁다는 표현이 이해가 된다.

 

이종원 대표의 핵심 관심사항 중 하나는 법정문화도시 지정이었다. 문화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꿈꾸는 이 대표가 임기 중에 화성시에 꼭 남겨주고 싶은 선물인 듯 보였다.

 

문화재단이 법정문화도시 지정을 추진하니까 예술도시 만드는 것으로 오해들을 하세요. 예술도시를 만드는 게 아닙니다.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서,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시민들이 원하는 도시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자는 거예요. 그걸 우리 공공에서 도와드리는 것이거든요.”

 

 

▲ 감사의 선물로 받은 손 글씨에 대해 설명하는 이종원 대표.  © 화성신문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사람

 

어떻게 하면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지정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도.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어떻게 하겠다라는 것을 6월에 문화체육관광부에 신청을 해야 합니다. 최소 1,000명 이상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당연히 전문가들 의견도 들어야 하겠지요. 서류심사를 거친 후 9월경 심사위원들이 현장에 와서 둘러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어드바이스도 받겠지요. 그런 다음에 11월 말까지 최종적으로 보완된 기획서를 제출하면 12월에 심사를 다시 한번 받게 됩니다. 통과하면 2022년도에 예비도시가 됩니다. 예비도시 1년간 저희가 낸 서류의 내용대로 실행합니다. 그리고 내년 말에 다시 심사를 받고 통과하면 본도시에 선정되는 겁니다. 본도시에 선정되면 2023년부터 5년간 매년 최대 20억씩 100억의 국고지원을 받게 됩니다. 거기에 지방비 최대 100, 합해서 5년에 200, 1년에 최대 40억씩 받는 겁니다. 5년을 마치고 나도 끝나는 게 아닙니다. 화성시 자체적으로 도시의 문화를 만들어가게 됩니다. 법정문화도시는 장기프로젝트예요. 가장 달라지는 점은 시민들이 서로 소통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1959년생인 이종원 대표는 화성시문화재단 제8대 대표이사다. 대학에서는 문학을 전공했고, 석박사 과정에서는 예술경영을 공부했다. 학위는 예술학 박사. 공연예술분야 전공이다.

 

대학시절에는 대한민국연극제 출품작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찾아볼 정도였다. 그 과정에서 공연장에 대한 매력을 갖게 됐다. 그 매력에 끌려 첫 직장으로 입사한 곳이 19814월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 예술전용극장인 아르코예술극장이다. 문화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소속이다. 1982년도에 입사해 26년간 근무했다.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진흥위원, 세종대학교 융합예술대학원 초빙교수 등을 거쳤다. 2015년 충남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에 이어 2017년 인천서구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를 역임하는 등 신생 문화재단의 기반을 다져온 전문가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초대 전문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여러 경험을 했어요. 전국의 예술단체 지원 계획 수립, 심사평가, 공연장과 전시장 운영, 기획실, 감사, 인사노무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대학원에서 5년간 학생들을 가르쳤고, 갓 설립된 문화재단 초대 대표를 세 차례나 맡았어요. 그래서 지인들은 저를 초대 전문가라고 불러요. 신의 한 수를 잘 놓는 사람이라고도 하더군요. 하하.”

 

이종원 대표는 스스로를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지인들은 그를 너무 앞서가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고 했다. 전자는 업무에 있어서 철저한 공정성을 기해야 한다는 의미였고, 후자는 시대를 몇 발자국 앞서 갈 정도로 혁신적이라는 의미였다.

 

적어도 업무에 관해서만큼은 냉철하려고 노력합니다. 저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예요. 예를 들어 심사를 할 때 굉장히 철저하게 공정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요. 신뢰의 문제거든요. 심사위원들의 심사 결과가 나중에 바뀐다든지, 심사위원들에게 어떤 요구를 한다든지, 그런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지인들은 저보고 너무 앞서간다고 그래요. 인터파크나 티켓링크가 생기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공연 티켓 판매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거든요. 그 당시 인터넷이라는 게 처음 시작될 때였어요. 교보문고처럼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에 인터넷을 설치해놓고 공연 티켓을 판매하자고 했어요. 그러면 수수료가 없거든요. 지금 민간이 하니까 수수료가 있잖아요. 그건 맞지 않습니다.”

 

이 대표는 너무 앞서가는 사람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을 이어나갔다.

 

심사위원들을 사전에 공개하자고 주장했어요. 기존에는 심사를 끝낸 후에 심사위원들을 발표했거든요. 사전 공개를 통해 긍정의 로비를 하게 하자는 취지였어요. 로비라는 게 밥 사주고 술 사주고 그런 게 아니에요. 자기가 하려고 하는 사업에 대해 심사위원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사전에 주면 심사위원들이 조금 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도 들었어요. ‘초가삼간에다 보르네오 가구를 들여놓자는 얘기냐고요. 그런데 제가 한 이야기들이 3년에서 5년 사이에 다 이루어졌어요. 그래서 주변에서 그러더군요. 3, 5년 말고 1년 정도만 빠르면 좋겠다고요. 하하.”

 

“10년 후엔 농립 쓰고 텃밭 일구고 있겠지요

 

이 대표는 격()과 덕()과 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인생살이에 꼭 필요한 세 가지를 들라면 저는 격, , 지를 이야기합니다. 예술이든 공연이든 전시든 사람이든 품격이 있어야 해요. 품격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또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넓은 마음, 덕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살아가려면 지혜도 필요하겠지요.”

 

이 대표는 두 사람을 멘토로 삼고 있다고 했다. 한 사람은 조선후기 토정비결을 쓴 토정 이지함이다. 토정의 후손이기도 한 이 대표는 토정의 지혜와 분석력을 닮고 싶어했다. 다른 한 사람은 19세기 영국의 예술 평론가이자 화가, 사회운동가, 독지가인 존 러스킨이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서 대중의 예술 기호에 큰 영향을 미친 선구자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사람에게 관심이 많았다는 겁니다. 경제든 문학이든 예술이든, 인간이 빠져선 안 됩니다. 모든 게 다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인간에게 이로운 것이어야 하고, 공익적이어야 합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제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인간을 굉장히 강조했어요. 그랬더니 학생들이 저보고 존 러스킨 같다고 하더군요. 사실 제 박사학위 지도교수님이 존 러스킨 학회 회장이기도 합니다. 하하하.”

 

이 대표는 문화의 미래 같은 것들에 대해 직원들과 수시로 소통하고 토론하기를 원하지만 조직이 크다보니 생각처럼 잘 이루어지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했다. 소통과 토론을 통해 좋은 생각과 좋은 계획이 나온다고도 했다.

 

이 대표의 고향은 충남 보령. 중학교를 졸업한 그해 겨울 서울에 왔다. 변화가 느린 농촌에서 살아서 그런지 도시 적응에 애를 먹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마찬가지다. 청년시절, 일 하지 않고도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옳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부조리한 사회 개선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공부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주경야독으로 박사학위를 딴 것도 그 때문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가슴에 품고, ‘참된 진리만이 영원한 생명을 모토로 삼고 있다. 이 대표에게 진리는 불변의 것이요, 추구해야 할 대상이다.

 

도시에서는 행복을 얻기 어려워요. 너무 복잡하고 사람들 간의 갈등도 심하잖아요. 도시는 사람의 본성과 본질을 훼손시키는 주범입니다. 저는 무조건 도시를 떠나야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시간만 나면 산으로 들로 바다로 갑니다.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문화예술의 기능이 바로 이런 거 아니겠어요. 변형되고 훼손된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거 말입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이상을 이미 다 실현했다고 했다.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그 학생들이 제 말을 옳다고 믿고 따릅니다. 또 이렇게 화성지역의 문화예술 생산량과 공급량을 늘리는데도 미력하나마 이바지하고 있고요.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런 의미에서 저의 이상은 이미 다 실현된 겁니다. 공익적인 활동들이었으니까요. 제 버킷 리스트에 세 가지가 있어요. 자연인이 되는 것, 쓰다 만 글쓰기, 소소한 여행입니다. 10년 후에는 농립 쓰고 텃밭 일구고 있을 것 같네요. 하하하.”

 

김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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