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56]
직원과의 연봉협상에서 이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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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
기사입력 2021-04-05 [08:52]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요즘 대학생들은 성적에 민감하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교수가 최종 성적을 학교에 제출하기 전에 반드시 학생들에게 성적을 알려주고 학생들의 이의 신청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필자에게도 이의 신청이 곧잘 들어온다. 컴퓨터상에서 성적을 공지한 후 이메일을 열라 치면 필자도 긴장이 된다. ‘이 놈들이 또 무슨 이유를 대며 성적을 올려달라고 할라나...’하고 말이다. 한 부류는 개인적인 사정을 이야기하며 성적을 올려달라고 한다. 이번 학기에 졸업을 꼭 해야 한다든지, 장학금을 꼭 받아야 한다든지 말이다. 또 다른 부류는 자신이 투여한 노력에 비해 성적이 안 나왔다고 주장하는 아이들이 있다.

 

필자도 학생들과 성적 가지고 실랑이 하는데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젊었을 때는 학생들에게 성적을 짜게 주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너무 실망들을 하고 또 수강생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서서히 성적을 올려주기 시작했다. 특히 중간고사에 대한 평가를 후하게 해주었다. ‘열심히 하자.’는 격려의 메시지였다. 그런데 이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간고사를 후하게 받은 학생들은 자신의 최종 성적이 좋게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었다. 최종 성적에 대한 이의 신청이 많아져서 필자가 곤혹을 치렀다. 그래서 요즘은 중간고사 평가는 아주 박하게 한다. 엉뚱한 기대를 안 하게 말이다.

 

또 하나 필자가 터득한 것이 있다. 학생들은 성적은 교수가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수님 성적 좀 올려주세요.” “A+로 올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라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이야기한다. “성적은 교수가 주는 것이 아니야. 네가 스스로 가져가는 것이지. 교수가 예쁜 학생이라고 성적을 마음대로 준다면 어떻게 되겠니?” 그러면서 또 개인적인 사정을 호소하는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나는 너를 A+로 올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이 사실을 다른 학생들이 안다면 어떻게 되겠니? 더구나 성적이 상대평가인데 네가 올라가면 다른 사람이 내려와야 하는데 어떡하지?” 그러면 학생들은 수긍하고 돌아간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H사장에게 3월은 뜨겁다. 30명 되는 직원들 하고 연봉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H사장도 시행착오를 많이 거쳤다. 처음에는 아무 자료도 없이 연봉협상을 했다. 그랬더니 직원들은 회사 생각은 안 하고 자기 잘한 것만 강조했다. 사장이 이를 반박하다보니 분위기가 좋지 않아졌다. 그래서 요즘은 연봉협상을 하기 전에 개인평가 자료를 준비한다. 회사 전체 실적과 개인성과를 고려하여 등급을 매기고 상사평가 점수도 넣고 해서 자료를 가지고 일단 시작한다. 

 

그러면 직원들이 무턱대고 자기가 잘 했다고 이야기하질 못한다. 오히려 그 반대 상황이 벌어진다. “김 대리, 작년에 여러 가지로 고생이 많았는데 평가 성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네. 좀 설명을 해 봐요. 제가 올려줄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보게.” 이렇게 말이다.

 

물론, 대놓고 연봉 인상률을 올려달라고 이야기하는 직원이 있다. 그런 경우도 최대한 회사의 방침이나 룰을 설명해 주고, “당신이 사장이라면, 어떤 근거로 연봉인상 등급을 올려줄 수 있는 지 한번 제시해 보세요.”라고 이야기한다. H사장의 연봉협상 원칙은 최대한 객관적인  틀을 확실히 해 두고 그 속에서 서로 재량권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런데 엄격하게 룰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실적으로 보아서는 B등급이 맞는데 그렇게 결정하면 회사를 나갈 것 같은 경우다. 그럴 때는 특별 상여금을 준다. 연봉에는 산입하지 않고 이 해에만 한시적으로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대체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리 연봉협상을 잘한다고 해도 협상을 끝내고 나면 찝찝한 구석이 있다. 직원들은 좀 더 많이 받아야 하는데 덜 받았다고 생각하고 또 회사는 덜 줘야 하는데 더 준 것 같고. 그리고 더욱 마음에 걸리는 것은 대화를 하는 가운데 잘한 것 보다는 잘못하는 것을 많이 이야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봉협상을 이겨도 이긴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방법을 좀 바꿔 볼 생각이다. 첫째는 개인연봉 인상률을 좀 낮추고 회사 성과에 연동하여 자동으로 결정되는 ‘성과상여금’ 비율을 높여볼 생각이다. 둘째는 연봉협상을 사장이 직접 하지 않고 관리담당 임원이 진행하고 최종 결정을 사장이 하는 것으로 전환할 생각이다. 사장은 뒤에 물러서서 임원을 코칭하고 또 특별한 케이스만 다루면 될 것 같아서 말이다. 

 

회사가 직원들과의 연봉협상에서 이기는 것은 무엇인가? 인건비를 아끼는 것이 아니다. 우수한 인재를 지키는 것이고 성과지향적인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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