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50]
문제해결이 잘 안되면 사과를 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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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
기사입력 2021-02-22 [09:01]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필자는 2004년부터 노동위원회에서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동위원회는 노사분쟁에서 노사 양측을 조정하든지(조정위원), 해고 같은 사건에서 잘잘못을 심판하는(심판위원) 일을 주로 한다. 필자는 줄곧 심판위원으로 일을 해 왔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괴로운 일이 어느 일방이 크게 잘 하거나 크게 잘못한 경우가 없고, 양측이 비슷하게 잘못을 나누어 갖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부부 싸움에서 서로 잘못이 반반이거나, 아님 기껏해야 한 쪽이 조금 더 잘한 경우, 49대 51 같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때 51인 사람을 승자로 하고, 49인 사람을 패자로 하면, 분쟁이 해결 되기는커녕 오히려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그래서 위원들은 대화를 통해 가능한 대립하는 양 당사자를 화해시키려고 한다. 화해는 주로 돈으로 이루어진다. 가령, 억울하게 해고되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회사가 적당히 위로금을 주고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근로자는 회사에 돌아가서 하던 일을 계속할 수도 있겠지만, 회사와 한참 다투었는데 예전처럼 일하기도 힘들고 하니 위로금을 받고 다른 일 자리를 찾는 것이 좋을 수 있다. 회사도 마찬가지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가끔 돈보다 중요한 것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아파트 피트니스 센터에 고용되어 있는 분이 1개월 만에 해고되었다. 수습기간 중이라고 하나 해고를 하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해고 사유는 민원이었다. 주민 한 사람이 그 직원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했던 것이다. 조사를 해 보니 직원이 그리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은 아닌데 문제를 제기한 주민이 매우 까다로운 분이었던 것이다. 관리사무소에서는 그 주민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고 해서 해고를 했는데 문제가 난처하게 되었다. 그 직원의 주장은 복직을 시키든지 1년 치 급여를 주든지 하라는 것이었다. 

 

대화를 나누던 중에 그 직원이 억울하게 생각하는 것은 까다로운 주민은 그렇다 치고 이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잘 들어주고 이해해 주지 않은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섭섭함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직원은 관리소장의 사과를 받고 싶어 했다. 이 뜻을 전해들은 아파트 관리소장은 펄쩍 뛰었다. “나도 억울하다. 내가 뭐를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던 그가 나중에는 ‘사과를 하겠다.’고 나섰다.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소장이 마음에 상처를 준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사과를 했고, 그 직원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약간의 위로금으로 문제가 해결되고 말았다. 사과하고 용서하는 장면을 보고 박수까지 쳐보기는 15년 노동위원 경력에서 처음이었다.

 

직업생활을 하는 엄마는 첫째가 딸이고 둘째가 아들이다. 딸과의 사이는 좋다. 그런데 문제는 아들이다. 아들이 사춘기가 되니 삐뚤어지기 시작했고, 매사에 부정적이었다. 딸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정장을 하고 화장을 하고 나가면 좋아했다. 그런데 아들은 정반대다. 엄마가 엄마답지 않고, “요란 떨고 있다” “창피하다” 그런 반응이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왜 누나는 안 그러는데 너만 그러느냐?”고 구박을 했고 또 엄마가 일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따졌다. 그럴수록 남자 아이와의 사이는 멀어졌다.

 

엄마는 곰곰이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문제가 꼬였을까?” 아들하고 찬찬히 대화를 해 보았다. 사실 첫째 딸아이한테는 엄마가 신경을 많이 썼었다. 직장생활로 애에게 소홀해지지나 않을까 애쓰면서 그 티를 안 내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둘째에게는 그러질 않았던 것이다. 누나가 워낙 잘 하니 동생도 잘 하지 않겠나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남들 엄마는 친구들도 초대하고, 학교 행사에도 제시간에 오고 하는데 자기 엄마는 그런 일도 없고, 항상 늦게 오고 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정장’ ‘화장’과 관련이 있다고 아이는 생각을 했다. 

 

이를 알게 된 엄마는 아들에게 정중히 사과를 했다. 과거를 어떻게 되돌릴 수는 없고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해결의 단초가 되었다. 아들과의 관계가 급격히 좋아지기 시작했다.

 

호오포노포노(hooponopono)라는 말이 있다. 하와이 원주민의 말인데 원인(호오)을 바로 잡고 완벽(포노포노)을 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만유인력의 법칙 같은 거창한 이론이 나올 법 한데, 그것은 다름 아닌 “미안해”로 시작한다. “미안해(I am sorry)” “용서해(Please forgive me)” “사랑해(I love you)” 그리고 “고마워(Thank you)”라고 말하는 것이다. 문제는 많은 경우 마음속의 응어리이며, 문제해결은 그래서 마음을 녹이는 것이다. 이상하게 문제가 안 풀린다 싶으면 혹시 사과할 일이 없나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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