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47]
착한 기업이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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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
기사입력 2021-01-25 [08:37]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미국 텍사스 알링턴에서 태어난 블레이크 마이코스키(Blake Mycoskie; 1976년생)는 테니스 선수로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그는 선수로서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불운이 그가 가지고 있던 다른 재주를 끌어내게 했다. 바로 창업가적인 기질이었다. 그가 대학을 졸업한 후 처음 시작한 것이 세탁사업이었다. 자신의 모교에서 시작한 세탁사업이 잘 되어 여러 대학으로 확대되었다. 그는 그 후에도 음반 판매업에서 TV 프로덕션, 스포츠 용품 등의 사업을 창업해서 일부는 실패하기도 했지만 일부는 성공하여 타인에게 양도하기도 했다.

 

마이코스키가 2006년 아르헨티나를 여행하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미국 여자 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 며칠을 그녀와 함께하면서 아르헨티나 아이들의 어려움을 목격하게 되었다. 가난하여 신발 하나 제대로 신고 다니지 못하고 있는 현실 말이다. 

 

그래서 그는 이 아이들에게 신발을 기부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차려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미래의 신발을 뜻하는 탐스(Toms: Tomorrow’s Shoes)라는 회사를 차렸다. 그리고 원포원(One-for-One)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사가면, 회사는 신발 한 켤레를 가난한 나라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멋진 계획이었다.

 

다행히 탐스가 아르헨티나의 전통 신발에서 착안하여 개발한 ‘알파르가타’라는 첫 모델이 성공적이었다. 짚으로 된 밑창을 고무로 바꾸고, 캔버스를 이용해 다양한 색을 입혀 현대적인 신발을 만들었다. 마이코스키는 시작할 때 200켤레 정도 기부할 수 있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출시 6개월 만에 1만 켤레가 되었고, 4년이 지난 후 100만 켤레를 돌파했다. 이건 기적적인 결과였다. 입소문을 타고 할리우드 스타와 저명인사들이 탐스 신발을 사주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탐스 신발을 사는 것은 ‘착한 소비’의 대명사가 되었다.

 

탐스는 이에 힘을 얻어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안경, 가방, 커피 쪽으로 말이다. 여기서도 신발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기부와 연결하여 ‘착한 소비’를 유도했다. 그런데 2010년을 넘어서면서 서서히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매출액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신발도 그런대로 특이했고 또 탐스의 기업 철학이 멋있어서 고객들이 탐스를 구매했지만, 그들이 계속 구매할 신 모델이 없었다. 별로 착하지 않은 나이키나 아디다스는 신상품을 쏟아내는데 탐스 매장은 여전히 그대로였던 것이다.

 

마이코스키는 그러나 여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소비자는 결국 착한 기업, 착한 브랜드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그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발길은 점점 멀어져 갔다. 급기야 기부 자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이 신발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들이 우선 필요로 하는 것은 신발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음식과 약품과 깨끗한 물, 이런 것이 필요한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오로지 신발만 기부해 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느냐 하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가난한 나라에도 그들 식의 신발 장사가 있는데 탐스가 신발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바람에 이들 로컬 산업이 고사하는 문제도 있다는 것이다. 탐스가 오히려 지역의 자생력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거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14년에 탐스는 베인캐피털에게 50%의 지분을 넘겨주고 자금을 수혈 받아야 했고, 결국 마이코스키는 CEO자리를 내 놓아야 했다. 급기야 2019년 말에는 무디스로부터 ‘투자 부적격’ 판정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기업이 윤리적이어야 하고 착해야 한다. 기부도 많이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기업의 본원적인 경쟁력이 될 수 없다. 제품이 좋아야 하고, 서비스가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한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좋은 제품을, 싸게, 그리고 바르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한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더 좋게, 더 싸게, 더 바르게 말이다. ‘착한 소비’라는 명분만 가지고 시장 경제에서 이길 수 없다.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이 뒷받침 되지 않을 때 그것은 오히려 사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창업가로서 마이코스키의 열정과 정신이 안타깝다. ‘하나를 팔면 하나를 기부하겠다.’ 아름답고 젊은이다운 도전이다. 마이코스키의 새로운 버전이 나와서 성공하기를 빈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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