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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화성시 ‘팔탄 향토 민요’ 전승 노력을 기리며
사라질 뻔한 ‘향토 민요’, 지역민 관심으로 살아나

‘구장터 면생이’로 널리 알려져, 학계 “희귀성과 다양성 보전 가치 높아”
올해 경기도무형문화재 신청, 주민들 매주 모여 ‘전승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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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2020-11-20

▲ 2020년 7월 16일에 열렸던  ‘팔탄의 소리 구장터 면생이 재연 행사’ 모습.



물과 공기가 그렇듯, 익숙해지면 그 가치를 잘 느끼지 못한다. 향토 민요도 마찬가지다. 너무 익숙한데다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늘 우리 곁에 있을 것 같아서다. 그런데 모든 일이 그렇듯 위기를 겪으면 아차하며 탄식을 하게 된다.

 

화성시 팔탄면 향토 민요가 꼭 그런 격이다. 팔탄면 일대는 전통적으로 논농사를 주업으로 삼아왔던 곳이지만, 농사가 기계화되면서 농부들의 수고로움을 덜어주었던 농요가 점차 사라지게 됐다. 이 지역은 산업화가 한창이던 1970년대 초까지 두레가 남아있었을 정도로 공동체성이 오래도록 유지되던 곳이었다.

 

팔탄 민요가 불렸던 시기는 아주 오래 전으로 짐작되지만 기록이 없어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마을의 입향조(入鄕祖, 마을에 처음으로 정착한 각 성씨의 조상)4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족마을로서의 전통이 확고했을 것이라는 점을 추정할 수 있다.

 

팔탄 민요가 적어도 12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선소리꾼(전통 민요를 부를 때 앞소리를 메기면서 노래 현장을 주도하는 사람)이었던 박조원(1925~2008) 옹의 증언이 그 근거다. 17세부터 농사일을 하면서 동네 어른들로부터 소리를 배웠다는 증언을 남겨 놓았다.

 

팔탄 민요는 일찍이 1980년대부터 학자들의 관심을 받아 여러 보고서로 제작되고 세상에 소개된 바 있다. 1990년대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신청을 한 기록이 있을 만큼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쉽게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는 못했지만, 1999년도에 민요가 아닌 상여소리와 회다지소리로 박조원 옹이 경기도무형문화재(27-2)로 지정됐다. 하지만 무관심 속에 종목 활성화를 이루지 못하고 방치되다가 박 옹이 사망하면서 해당 종목이 경기도무형문화재에서 해지됐다.

 

 

▲ 팔탄면 향토민요보존회 회원들이 향토민요복원관에 모여 전승 교육을 받고 있다.

 

▲ 기념촬영하고 있는 향토민요보존회 회원들.



마을 주민들은 깊이 반성했고, 뒤늦게 향토문화유산 발굴 사업으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2016잊혀져가는 우리소리 찾기회가 결성됐고, 2017년 향토민요보존회로 명칭이 바뀌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1950년생인 이만규 보존회 회장이 현재 선소리를 맡고 있다. 향토민요보존회는 현재 4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전승 교육과 공연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3시간 동안 정기적인 전승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화성시의 각종 지역 축제에 참가해 공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716일 팔탄면 구장리 답 일원에서 팔탄의 소리 구장터 면생이 재연 행사를 열었다.

 

이만규 향토민요보존회 회장은 이전의 전승 실패를 교훈 삼아 소리꾼 양성과 단체 종목으로서의 전수교육방식 개선, 상설 공연, 일반인 대상 체험교육 실시 등을 통해 팔탄 민요의 보전과 확산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향토민요보존회는 올해 여름에 경기도무형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다. 상사소리 등 기 지정 종목으로 신청하지 않고 모심을 때 부르는 소리, 논 맬 때 부르는 소리 등 팔탄 농요로 신청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팔탄 농요가 오래 전부터 구장터 면생이라는 이름을 내걸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바 있고, 둘째, 팔탄 농요가 이 지역에서만 독특하게 전승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셋째, 악곡의 난이도가 높고 전승이 쉽지 않은 악곡들이기 때문이다.

 

팔탄 민요인 구장터 면생이는 모심는소리’, 초벌 매는 소리인 얼카덩어리’, 논 훔치는 소리인 둘레’, 입구음(, , 에 등)만으로 이루어진 면생이’, ‘긴방아소리’, ‘자진방아소리’, 받는 부분의 사설에 상사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상사소리’, 받는 소리에 먼들단어가 들어가는 먼들소리’, 집터 다질 때 부르는 지경다지기소리9개 악곡으로 구성돼 있다.

 

조경숙 음악교육학 박사(송린초교 교사)팔탄 농요는 면생이와 긴방아소리에서 보듯 호흡이 되는 대로 길게 늘여 부르는 긴소리류의 민요가 잘 전승되고 있다는 점, 경기 남부·경기 서부·충남 등 문화적 접경지역에 위치해 있어 여러 문화를 수용하고 이들이 섞여 만들어진 음악의 다양성 측면에서 보전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행정 차원에서도 보존회의 노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2019년도에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향토민요복원관을 팔탄면사무소 부지에 지었다. 이곳에서 전승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1030일에는 향토민요보존회와 화성문화원이 공동 주관한 학술대회가 무형문화재 정책과 지역학주제로 열렸다. 1부에서는 지역학과 문화재정책 및 화성지역 무형문화재 현황에 대한 발표가 있었으며, 2부에서는 팔탄면 향토민요보존회의 팔탄농요 공연과 경기도 무형문화재에 신청 중인 팔탄 농요와 관련한 발표가 있었다. 팔탄면에서 학술용역을 발주했다. 면 단위 학술용역 발주는 극히 드문 일이다.

 

 

▲ 안희만 팔탄면 향토민요보존회 운영위원장이 팔탄 민요의 보전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향토민요보존회에 주어진 과제는 전승 교육 활성화를 통한 팔탄 민요의 지속성 확보다. 이를 위해서는 팔탄 지역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의 학교 교육과의 연계, 젊은 전승자 확보, 공인된 단체로서의 위상 강화, 회원 자긍심 고취 등이 필요하다. 또 다시 위기가 찾아오지 못하도록 23중의 안전정치를 해 놓는 일이다.

 

안희만 팔탄면 향토민요보존회 운영위원장은 팔탄 민요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각종 민속경연대회에 출전해 여러 번 입상할 정도로 그 독창성과 희귀성을 인정받고 있다이렇게 소중한 팔탄 지역의 무형문화유산이 오래오래 전승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들이 있기에 머지않아 팔탄 민요가 경기도무형문화재로 다시 지정되고, 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기에.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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