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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승재 우정팜친환경작목반 반장
“뿌린 만큼 거두는 게 올바른 세상 이치”

우렁이와 함께한 8년, “우리 아빠가 지은 쌀” 아들 자랑에 보람
“농업은 지구의 미래, 지구 살리고 사람 살리는 식량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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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2020-08-14

▲ 백승재 우정팜친환경작목반 반장이 친환경 농법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화성신문

 

 

백승재 씨는 화성시 우정읍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친환경 농사꾼이다. 우정팜친환경작목반 반장이자 석천2리 이장이기도 하다. 기계를 만지는데 관심이 있었던 그는 어떻게 농사꾼, 그것도 친환경 농사꾼이 됐을까.

 

열 살 무렵에 부모님 따라 논에 갔던 기억이 있어요. 아버님이 옛날부터 농사를 많이 지으셨고, 방앗간도 하셨어요. 제가 7남매 중 여섯째예요. 위에서 순서대로 딸 넷 아들 셋입니다. 고등학교 들어갈 때 아버님이 병중이셨는데 가족회의를 했어요. 누나들과 형이 그러더군요. 승재가 농업계 고등학교 가고 농사를 이어받아라. 그래서 간 게 수원농림고등학교였어요. 지금의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입니다. 기계를 좋아했는데, 운명이 바뀐 거죠.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고향으로 내려왔어요. 스무 살부터 농사일을 시작했으니 35년째네요.”

 

1966년생인 백승재 반장도 친환경 농법을 만나기 전까지는 관행으로 농사를 지었다. 농약도 주고 화학 비료도 뿌렸다. 그러다 우연히 친환경 농법을 접하게 되면서 운명이 바뀌게 된 것이다.

 

“2008년도에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그린농업대학을 열었어요. 1기로 입학했죠. 식량작물과에 들어갔어요. 동기생들 중에 친환경 농업을 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제가 형님처럼 모시는 이 회장님이라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그래서 친환경 농업을 제대로 알게 됐죠.”

 

백 반장은 2011년도에 마을 이장을 맡게 되면서 친환경소규모단지 지원사업이라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농자재 70%를 보조해주고, 농기계 구입 시 70%를 보조해주는 매력적인 지원정책이었다. 물론 친환경 인증을 받아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백 반장은 즉시 1,500평 정도의 논에 우렁이 농법 시범 재배를 했다.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많이 다니는 곳을 택했다. 우렁이를 넣고 농사짓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왜 우렁이를 넣느냐고 묻더군요. 논에 풀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 줬죠. 농약을 안 쓰기 때문에 풀 나는 걸 잡기 위해서 우렁이를 넣는다고. 사람들은 풀 잡는 것 보다 나중에 우렁이를 먹느냐 하는 것에 관심이 더 있더군요. 하하.”

 

백 반장은 친환경소규모단지 조성을 위해 주변 지인들에게 친환경 농법을 권했지만 생각과는 달리 쉽지 않았다.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짓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사람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애로 사항이 많았어요.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듯이 제가 삼고초려한 분도 있어요. 소규모단지가 15핵타 이상이든요. 이 분이 들어와야 15핵타가 넘는 거예요. 완강히 거부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이장이니까 읍사무소 나갈 때마다 음료수 하나 들고 그 분 집을 들렀어요. 농사짓는 이야기, 인생 이야기를 하면서 친밀감이 높아졌어요. 보름 정도 공을 들였어요. 결국, 영입에 성공했죠. 하하.”

 

백 반장은 그렇게 17핵타(1핵타는 3,000) 면적으로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화산리무농약작목반이라는 이름의 작목반을 인증받았다. 2012년도의 일이었다. 이후 인근에서 백 반장의 활동을 지켜보던 사람들로 구성된 우정팜친환경작목반이 생겼다. 2014년 이 두 작목반이 하나로 합쳐졌고, 이름은 우정팜친환경작목반을 사용하고 있다. 당시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면적은 55핵타였다.

 

“2020년 올해 인증 다 나왔어요. 인터뷰도 다했고, 잔류 농약 검사도 다 했어요. 유기가 79핵타, 무농약이 11핵타, 그래서 총 친환경 농업 면적은 90핵타예요. 작목반에 총 52명이 있어요. 이 중에서 제가 하고 있는 게 9핵타예요. 5핵타, 6핵타 지으시는 분도 계시고, 10 아르 그러니까 300평 지으시는 분도 계세요. 모두 고마운 분들이죠.”

 

 

▲ 논에서 자라는 벼를 만져보며 환하게 웃는 백승재 반장.     © 화성신문

 

 

유기 농사와 무농약 농사의 공통점은 농약을 안 쓴다는 점이다. 다만, 유기는 비료도 주지 않지만 무농약은 관행 농사에 비해 3분의 1 수준의 비료를 준다는 점이 다르다. 백 반장은 친환경 인증을 받는 조건이 꽤 까다롭다고 했다.

 

일단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지어야 하고, 영농일지를 써야 합니다. 기술센터에서 토양시비처방서도 받아야 합니다. 흙을 떠서 갖다 주면, 비료 성분이 얼마만큼 있으니까 요만큼의 비료만 써라 하고 기준을 내려주는 거죠. 거기에 맞춰서 비료를 줘야 합니다. 영농일지는 작업할 때마다 내가 이런저런 작업을 했다, 유기질 비료를 이런 걸 줬다, 논에 우렁이를 넣었다, 우렁이 넣었는데도 풀이 나왔으면 논에 들어가서 수작업으로 김매기를 했다, 이런 내용들을 기록해서 제출해야 합니다. 인증 신청서 작성하고, 농업 계획서까지 작성해서 제출합니다. 그러면 인증기관에서 나와서 인터뷰를 하죠. 인증 기준에 맞춰서 적합하게 농사를 지었는지 확인하고. 마지막에 지하수를 떠가요. 농업용수로 적합한지 확인하는 겁니다. 생산한 벼를 잘라서 잔류농약 검사를 합니다. 농약 검출이 안 되면 심의해서 인증을 내주죠. 친환경 인증을 받은 이후에도 영농일지를 계속 써야 합니다. 10월 수확기 이후 이듬해 3월 봄이 올 때까지도 관리를 친환경적으로 해야 합니다.”

 

백 반장은 친환경 농업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쌀을 비싸게 팔 수 있다는 점,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는 친환경 쌀이 화성시 관내 유치원과 초··고등학교에 학교 급식으로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친환경 쌀 수매가가 일반 관행 쌀보다 비쌉니다. 작년에 관행 수매가가 추청 기준으로 65,000원 이었거든요. 저희 친환경 쌀 수매가는 조곡() 40킬로그램 기준으로 유기는 86,500, 무농약은 8만 원입니다.”

 

친환경 농업의 단점은 노동력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왕우렁이가 풀을 다 뜯어먹지 못할 때 수작업으로 풀을 뽑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논두렁도 친환경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일반 관행 농사에서는 논두렁에 제초제를 뿌려서 풀들을 죽이지만, 친환경 농사에서는 예초기로 풀을 깎아줘야 한다.

 

백 반장은 예전에 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가 시찰을 나와서 친환경 농사 논두렁과 관행 논두렁을 비교해 보고 했다는 말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저기는 누렇게 죽어 있는데 여기 친환경 단지는 자연이 살아 있는 느낌, 생동감이 넘치네요.”

 

땅에서 뿌린 만큼 거둘 수 있다는 지혜를 배웠다는 백 반장은 자신의 업()인 농업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비전도 명확했다.

 

농업은 지구의 미래입니다. 지구를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식량산업이죠. 제가 바라는 건 전 농토의 친환경화입니다. 제 땅 가운데 75%를 친환경으로 하고 있는데 나머지 25%도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고 싶습니다. 나아가서 우정읍, 더 나아가서 화성시 전체 농토가 친환경화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들(1)이 학교 급식을 먹고는 친구들에게 우리 아빠가 지은 쌀이라고 자랑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보람을 느꼈다는 백 반장. 그는 화성시의 농업 관련 예산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백 반장에게 농민과 국민에 대한 당부의 말을 남겨달라고 요청했다.

 

예전에는 농사지어서 자식 시집장가 보냈는데, 요즘은 농업이 부업처럼 돼 버렸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농업하시는 분들에게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너무 욕심이 과한 것 같습니다. 300평에서 나올 수 있는 쌀이 600킬로그램인데 700, 800을 수확하려고 합니다. 수확 욕심에 비료를 많이 주니까 질 좋은 쌀을 생산할 수 없는 겁니다. 국민들께는 쌀 좀 많이 드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TV 건강 프로그램에서 쌀이 비만의 원인으로 매도될 때는 마음이 아픕니다. 마트에서 쌀 살 때 몇 천 원 차이에 너무 민감해 하지 마시고요. 한자 쌀미자를 두고 농부의 손길이 88번 간다고 풀이하는데, 실제로는 손길이 더 많이 가거든요.”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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