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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21]반대의견에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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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
기사입력 2020-07-06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회의를 하다보면 가끔 모두가 다 좋다 하고 찬성하는데 한 사람이 흠을 잡고 반대를 하여 결정을 어렵게 하는 수가 있다. 그 때는 아주 짜증스럽다. 교수들끼리 회의할 때는 이런 경우가 많다. 교육과정을 개편할 때도 한두 사람이 반대해서 진행이 안 되고, 교수 채용 결정을 할 때도 잘 되다가 마지막에 틀어지는 경우가 있고, 학생 징계 건을 다룰 때도 의견이 안 맞을 때가 많다. 한참 논의를 하다가 정 안 되면 표결을 하기도 한다. 

 

서로 합의를 하면 좋으련만, 의견이 안 맞아 표결까지 가게 되면 부작용이 따른다. 표결에서 진 사람은 계속 문제를 제기하거나 총장에게 어필하는 경우도 있다. 표결에서 이긴다고 해서 기분 좋은 것이 아니다. 껄끄러운 일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뜻이 맞는 것, 합의를 이루는 것은 미덕이고 좋은 팀의 덕목으로 여겨진다. 조직이 오케스트라 같이 하모니를 이루어야지, 잡음이 생기면 안 되지 않는가. 그래서 성품 좋은 사람을 뽑으려 하고, 연고가 있거나 배경이 같은 사람과 일 하려 하고, 또 각종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공감대를 넓히고 규범을 공유하려 애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옳은 것일까? 다 똑같이 생각하고, 항상 만장일치를 이루는 것이 최선일까?

 

1997년 8월 5일 새벽, 대한항공 KE801이 괌공항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활주로 유도등이 고장이 났고, 갑작스럽게 국지적인 폭풍우가 일었다. 결국 KE801은 방향을 잃었고, 공항 4.8km 전방에 있는 야산에 충돌하고 말았다. 탑승자 254명 중, 228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사고를 조사하던 전문가들이 놀란 것은 이런 긴급 상황에서 조종실이 너무 조용했다는 사실이다. 블랙박스를 분석해 보니, 기장, 부기장, 기관장, 이 세 사람 사이에 별다른 대화가 없었다. 그날 그 순간 조종대를 잡은 사람은 기장이었다. 옆에 있는 부기장과 기관장은 기장의 행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기장의 생각과 판단에 대해 반대를 하지 않은 것이다. 

 

항공사고에서 유사한 일이 많다. 1978년 크리스마스 사흘 후,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 173편은 뉴욕 JFK 공항에서 이륙하여 덴버를 거쳐 서부 오리건 주 포틀랜드로 향했다. 포틀랜드에 가까워지자 착륙장치를 내리려 했으나 문제가 발생했다. 착륙장치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은 것이다. 모든 승무원들이 이 문제에 매달려 있었다. 항공기는 공중을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연료가 급격히 소진되어 결국 연료부족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아무도 연료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이다(실런 네메스, 반대의 놀라운 힘, 청림출판, 2018, 8-9.)

 

합의를 너무 강조하고, 다수의 힘을 너무 강조하고, 리더를 너무 따르다 보면 이런 일이 생긴다. 봐야 할 것을 못 보고, 고려해야 할 정보를 무시하고, 더 좋은 방안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시(Solomon Asch)는 이미 1951년, 다수의 횡포 또는 다수에 대한 동조현상을 실험을 통해 밝혔다. 미리 본 선(線)의 길이와 같은 선을 찾는 과제에서 실험자와 공모한 가짜 피실험자 3, 4명이 엉터리 답을 우기면 피실험자도 이 엉터리 답에 동조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다수가 옳다’는 믿음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나만 튀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옳은 줄 알면서도 다수를 따르느라 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고, 틀린 줄 알면서도 다수를 따라 행동하는 경우도 생긴다. 안전에 문제가 있는 줄 알면서도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다들 안 하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산에 버린다. 왜냐하면, ‘다들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더가 적절히 분위기를 만들면, 반대의견이 저절로 나오게 되고 바로 그것이 집단행동에 도움을 주게 된다. 비록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반대의견에 접하게 되면 다른 관점에서 생각을 하게 된다. 반대의견은 생각의 폭을 넓혀 주고 관점을 확대시켜주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확산적 사고’를 하게 한다. 수렴적 사고는 좁은 범위에서 생각을 깊게 하는 것인데 비해 확산적 사고는 다른 것, 이질적인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반대 중에는 반대를 위한 반대, 정치적 의도가 있는 반대가 있다. 그런 경우 반대는 제어해야 한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반대는 적절히 받아들이고 또 장려해야 하는 것이다. 반대는 사실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에게는 반대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주어야 한다. 반대자에게 아량을 베풀고, 감사를 해야 의사결정의 질이 높아진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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