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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차홍규 작가, “쇠, 나무, 돌, 종이… 하이브리드 작가에겐 경계가 없죠”

대한민국 미술계에 ‘하이브리드’ 용어 처음 사용
“탐구정신·호기심·열정, 3박자가 제 에너지원이죠”
개인전 56회 개최할 정도로 ‘다작’, 단체전도 300여회
“구상한대로 작품 완성되는 그 순간적 황홀감에 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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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2020-06-26

▲ 차홍규 작가.     © 화성신문

 

 

경지에 오르면 거침이 없어진다. 막힘도 없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손길 닿는 곳마다 장인’(匠人)의 향기가 난다.

 

아스팔트가 녹아내릴 듯 무덥던 지난 22일 화성시 송산면에서 송산(松山)을 호로 쓰는 차홍규 작가를 만났다. 팥빙수를 앞에 두고서다. 그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툭툭 내뱉는 말이 필터링 없이 나오는 것 같아도 그게 아니었다. 정교한 필터링을 거쳐서 나오는 말의 정수(精髓)였다.

 

차홍규를 한 마디로 규정하기는 힘들다. 분야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금속, 목재, 석재, , 종이, 유리 등 각종 재료를 능란하게 이용하여 자신의 필요한 사상을 표현한다. 하이브리드(hybrid)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가용(可用)한 모든 재료의 물성을 파악하고, 제가 하고자 하는 작품의 성격과 맞추어서 본질을 살려 작품으로 태어나게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미적 통찰력이 중요하죠. 새로운 것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려고 합니다. 늘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는 셈이죠. 대한민국 미술계에서 하이브리드 용어를 박사학위 논문에 처음 사용한 사람이 접니다. 실제 작품의 장르나 재료적인 측면에서 하이브리드를 추구하고 있고요. 집요한 탐구정신과 강한 호기심, 펄펄 끓는 열정, 이 세 가지가 저의 에너지원입니다. 하하.”

 

차홍규는 자신만의 미술세계를 고집한다. 작품 제작의 전 과정을 가능한 자신의 손으로 직접한다.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차 작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술학사, 홍익대학교 미술석사, 동신대학교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기능올림픽(일반부, 명장부) 심사위원과 장애인 기능올림픽 심사위원, KJDA 국제 공모전 심사위원, 서울국제평회미술제 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중국의 명문 칭화대학 미대교수를 정년퇴직하고, 현재 한중미술협회 명예회장, 한국조형예술원 석좌교수, 칼럼리스트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차 작가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는 다작(多作)이다. 개인전을 56회나 열었다. 미주, 유럽, 아시아 등 비엔날레, 초대전, 순회전 등 단체전에도 300여회 참여했다.

 

 

 

 

 

 

 

특별히 자랑 할 것이 없어 부끄럽습니다. 그저 열심히 작업하려고 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입니다.”

 

딱 두 문장. 자신에 대해 자랑을 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대한 차 작가의 답변이다. 차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 세계는 무엇일까.

 

물질적 풍요로 인간은 행복한가? 이게 평생을 두고 반추하고 있는 저의 작품 화두예요. 현대 산업사회는 인류가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각종 문명의 이기 속에서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살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자 이전의 어느 인류보다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고 있잖아요. 그러나 물질문명의 급속한 발전으로 이룩한 풍요의 이면에는 자원고갈, 지구 온난화와 사막화, 쓰나미 등 각종 환경재앙의 그늘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저 역시 자동차, 핸드폰, 컴퓨터 등 산업의 이기물들을 사용하는 물질문명 속 인간입니다. 편리하지요. 그런데 더 많이 가지면 정말 더 행복할까요? 저의 작품 화두는 발전을 거듭하는 물질문명에 걸맞게 정신문명도 동반 발전해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그걸 작품으로 표현하는 작가이고요.”

 

차 작가는 실제로 지구의 황폐화를 안타까워하는 심정을 담은 위기의 지구 시리즈작품과, 현대인의 물질 추구 현상을 비판하는 도시인 시리즈’,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현 세태를 비판한 가면 시리즈등 다양한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실제 생활에서는 수십 년 째 계면활성제 성분이 들어간 샴푸와 치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이브리드적 사고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차 작가의 작품 세계는 어떤 변화를 거쳐 왔을까.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어요. 본격적으로 작품을 하기 시작한 건 군대 제대 후예요. 제대한지 3일 만에 취직 한 곳이 고 육영수 여사가 설립한 정수직업훈련원입니다. 현재는 정수 폴리텍 대학이죠. 당시는 우리가 못 살던 때라 일본에 목제불상 등 목조각품 수출을 많이 하던 시기였어요. 저도 목 조각을 많이 했죠. 그리고 제 작품세계는 어떠한 룰도 없이 그 때 그 때 충동적으로 도자기에 미치면 도자기 작업에 열중하고, 한지에 미치면 한지로 할 수 있는 여러 작업들을 시도했어요. 그러다보니 조각은 물론 회화, 서예, 도자기, 귀금속 등 등 다양한 분야를 작업하게 됐어요. 지금은 초상화에 미쳐있네요. 올 가을 전시는 차홍규 만의 독특한 초상화를 선보이려고 합니다. 하하.”

 

아무튼 차홍규 작가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가진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차 작가를 아는 사람들은 차 작가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궁금했다.

 

지인들은 저를 하이브리드 작가라고 생각해요. 제가 늘 이야기하거든요. 저의 작품 활동 방향성이기도 하고요.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미술가들이 거의 한 분야만 배우고, 한 분야의 작품만 발표합니다. , 추구하는 바도 배운 대로 한 분야에 국한돼 있어요. 저는 미술을 하는 사람들은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태어날 때부터 넌 그림만 그려라, 넌 조각만 해라 하고 국한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지요. 제 작품 인생은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 차홍규 작가가 개인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화성신문

 

▲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차홍규 작가.     © 화성신문

 

 

하이브리드 작가인 차 작가가 걸어온 인생 발자국은 어떤 모양일까.

 

첫 직장이던 정수직업훈련원이 박정희 대통령 서거 후 청와대 직할 독립 재단에서 노동부로 이관됐어요. 그러자 교직원에 대한 대우가 매우 나빠졌어요. 바로 대전의 모 사립대학 교수로 부임했죠.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지방의 사립대학 이사장은 마치 교주와 같아요. 그래서 그만두고 전업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노신미대 미술관 초대 전시를 계기로 북경의 칭화대학 미대에서 교수로 근무하다 정년퇴직 했지요. 한중수교 20주년 기념 작가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한중미술협회를 설립해 작가들의 한중교류에 힘쓰고 있어요. 한국종합예술원 석좌교수로 있습니다. 나름 파란만장한 길을 걸어온 것 같은데 기자님 보실 때 어떤가요? 하하.”

 

차홍규 작가의 나이는 18세다. 차 작가가 생각하는 자신의 마음 나이란다.

 

 

육체적인 나이가 뭐 중요한가요. 제 마음 나이는 열여덟입니다. 그런 생각으로 늘 새로움을 추구합니다. 그림 잘 그리려고 도장 국가자격증 시험에 도전해서 합격했어요. 물감의 배합과 구도를 익혔어요. 도자기에 미쳐있을 때는 도자기 자격증을, 목공예에 미쳐있을 때는 목공예 자격증을, 귀금속에 미쳐 있을 때는 귀금속 가공 자격증을 땄어요. 용접 자격증도 취득했네요. 앞으로도 작품 활동에 필요한 기술이 있다면 당연히 배울 겁니다. 참고로 대한민국의 조각가들은 조각은 하지만 작품을 만들기 위한 주물은 안 해요. 저는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주물 작업까지 한답니다. 유별나긴 하죠.”

 

 

차 작가의 고향은 청계천과 가까운 서울 동대문 옆 창신동이다. 고향을 떠나 송산 시골에 사는 것도 작품활동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차 작가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구상한대로 작품이 완성되는 바로 그 순간이다. 동료 예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작가에게 좋은 작품이 탄생하였을 때처럼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요. 황홀하죠. 그 매력 때문에 계속 작업하는 것 같아요. 저는 좌우명도 따로 없어요. 그 때 그 때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뿐이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이 땅의 예술인들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깊은 동지애를 느끼거든요.”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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