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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이정현 티소믈리에, 한국차문화아카데미 대표 “차는 인연 잇는 오작교, 티소믈리에는 차 세계로의 인도자”
아주대 평생교육원서 ‘티소믈리에 자격증 클래스’ 과정 운영
차에서 길어 올린 삶의 지혜는 배려‧소통, “차 세계 깊고 넓어”
김중근 기자   |   2020-02-14

 

▲ 이정현 티소믈리에가 찻자리를 세팅하고 있다.     © 화성신문

 

 

티소믈리에라는 용어가 조금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겠네요. 차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차를 원하는 사람의 건강과 취향을 고려해 어울리는 차를 추천하는 직업이에요. 와인소믈리에라는 용어가 먼저 알려진 탓에 자연스럽게 티소믈리에로 불리게 된 것으로 압니다. 티마스터, 티인스트럭터라는 표현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표현들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요. 달리 적당한 표현을 찾을 수 없어서 쓰고 있을 뿐이죠.”

 

이정현 티소믈리에는 티(tea) 매력에 푹 빠진 사람이다. 당연히 차()의 매력에 빠졌기에 티소믈리에가 됐겠지만. 현재 아주대학교 평생교육원 티소믈리에 자격증 과정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다.

 

금융권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퇴사 후 평소 좋아하던 꽃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플라워디자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플라워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식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대학원에 진학해 원예생명공학을 전공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전문지식이 쌓여갔고, 전문가로서의 소양이 쌓이는 만큼 자격증 개수도 늘어났다. 국제차품평사, 차문화지도사, 티소믈리에, 중국다예사, 꽃차소믈리에. 차에 대한 식견은 그렇게 넓어지고 깊어졌다.

 

 

▲ 티블랜딩을 위해 차를 시음하며 품평하고 있는 이정현 티소믈리에(사진 왼쪽)와 교육생들.     © 화성신문

 

 

찻자리엔 티 스토리텔링있어야

 

이정현 티소믈리에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의 추억이 오늘의 자신을 형성했다고 말한다.

 

아버지 직장을 따라 초등학교 시절에 강원도에 살았어요. 친구들과 봄에는 가재 잡으러 다니고, 가을에는 메뚜기 잡으러 다녔어요. 들판에서 싸리꽃 꺾던 기억도 나네요. 그 싸리꽃 향기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해요. 지금 차와 함께하는 감수성들이 어린 시절 시골에서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배우는 것과 가르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속이 꽉 차면 밖으로 넘치는 게 삶의 이치다. 그렇게 속이 차니 자연스레 강사의 길을 걷게 됐다.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과 분당 갤러리카페 다미안, 지구촌 평생교육원에서 차에 대해서 가르치는 강사가 됐다. ‘차와 건강이라는 주제로 기업체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2018년부터는 아주대 평생교육원에서 주임교수로 티소믈리에 자격증 클래스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상반기 15, 하반기 15주로 구성된 1년 과정이다. 2018년 봄에 1기가 시작됐고, 그해 가을에 2기가 시작됐다. 이듬해 봄에 3, 가을에 4기가 각각 시작됐다. 지금까지 20여 명의 티소믈리에가 배출됐다. 그리고 올해 3월에 5기가 시작된다.

 

비영리법인 한국차문화아카데미 대표이기도 한 이정현 교수가 진행하는 교육 과정에서는 어떤 내용을 가르칠까.

 

“6대 다류, 즉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보이차를 비롯해서 꽃차와 허브차 등 다양한 차에 대해 체험할 수 있어요. 또 차와 어울리는 티푸드, 다화, 테이블 세팅 연출기법 등 차문화를 배우고 익힐 수도 있습니다. 다화는 찻자리를 장식하는 꽃이에요. 차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거예요. 차에 대한 안목이 생기고, 차의 효능을 알고 마시니 당연히 건강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전문 소양을 갖추고 티소믈리에 2급 자격증을 취득하면 티소믈리에 강사로 활동할 수 있어요. 물론 티 전문점을 창업할 수도 있고요.”

 

이 교수는 올해 기초과정인 티소믈리에 자격증 클래스과정 수료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가 과정을 개설한다. ‘티소믈리에 최고전문가 과정이다. 기초과정과 마찬가지로 상반기 15, 하반기 15주로 구성된 1년 과정이다. 기초과정 수료생에 준하는 소양을 갖춘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다.

 

자신이 만든 교육 커리큘럼에 대한 이 교수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론적인 지식도 중요하지만, 많이 마셔봐야 차를 알 수 있어요. 차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몸에 스며들고 젖어든답니다. 교육 과정 수료 테스트를 여러 가지로 해요. 이론적인 테스트도 하지만 실기적인 테스트도 한답니다. 예를 들면, 여러 종류의 차를 마셔보고 차 이름 맞추기, 티 테이블 세팅 같은 거예요. 어떤 차를 우릴 것인지, 누구를 위한 찻자리인지, 그 찻자리를 왜 만들었는지와 같은 티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해요. 찻자리를 꾸며서 그 차에 대한 자기 자신의 전부를 보여주는 거죠.” 

 

찻물 따르는 소리 들어보셨나요?”

 

한 분야에 일정시간을 몰입하고 나면 나름의 도를 터득하게 마련이다. 이 교수는 티소믈리의 길에서 어떤 삶의 지혜를 길어 올릴 수 있었을까. 이 교수는 두 단어를 말했다. 소통과 배려였다.

 

술은 따를 때 상대방에게 먼저 따르잖아요. 그런데 차는 본인부터 먼저 채운답니다. 왜 그럴까요? 차가 제대로 우려졌는지 색과 향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맛을 보지 않아도. 차 우리는 사람을 팽주라고 해요. 이 팽주가 자신의 찻잔을 통해 먼저 확인하고, 제대로 우려졌다고 생각할 때 손님 잔에 따르는 거예요. 상대방에 대한 배려인 거죠. 소통이라고 한 건 상대방에게 뭔가 할 말이 있거나 상대방과 친하고 싶을 때 차 한 잔 하자고 이야기하잖아요. 차가 대화를 이끌어내는 통로가 되는 거죠. 차의 매력이 바로 이 배려와 소통 아닌가 싶어요.”

 

이 교수는 차에서 배려와 소통이 주는 교훈을 실타래 풀듯 술술 풀어냈다. 그녀가 티소믈리에 역할을 차의 다양한 유익을 전달하는 차 세계로의 인도자로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리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인도자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이 교수가 공부를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차의 세계가 굉장히 깊고 넓어요. 공부를 해도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안다는 건 중요한 거예요. 차 역시 알면 알수록 더 맛있는 차를 마실 수 있어요. 사람이 태어나서 하루에 한 잔의 차를 매일 마신다고 해도 죽을 때까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차를 다 마실 수 없을 정도로 차의 종류가 많다고 하네요. 이 또한 차의 매력이죠.”

 

 

차의 세계가 아무리 깊고 넓을지라도, 이 교수에게 차는 가벼운존재다. 쉽게 나눌 수 있어서다. ‘즐길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가벼우면서도 즐겁고, 작은 정성으로 감동을 줄 수도 있고, 위로가 되고 때로는 치유가 되기도 하며, 거기에 고매한 정신과 기다림의 미학, 문화까지 곁들여져 있기에, 차는 이 교수에게 매력으로 다가설 수 있었으리라.

 

건강과 여유로운 생활 추구에 차만큼 유용한 도구가 또 있을까.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도 차전문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시나브로 차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제가 티소믈리에의 길을 걷는 궁극적인 이유가 하나 있어요. 좋아하는 차를 통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차는 오작교예요. 인연을 맺어주는. 올 봄학기 강좌에서도 새로운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네요.”

 

블로그 네임으로 꽃과 티를 사랑하는 로즈를 사용하는 이 교수. 음악과 미술 등 여러 가지 예술과 접목된 차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이 교수가 인터뷰를 마치고 가방을 챙기는 기자에게 말했다.

 

찻물 따르는 소리 들어보셨나요? 나중에 기회 되면 꼭 들려드리고 싶네요.”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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