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46]희망을 나르는 당나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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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
기사입력 2021-01-18 [09:18]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콜롬비아는 남미 최북단에 있는 나라다. 커피로도 유명하고 또 축구로도 유명하다. 남미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페루에 이어 4번째로 큰 나라이다. 유럽 사람들이 신대륙의 발견자라고 칭송하는 크리스토퍼 콜롬버스의 이름을 딴 국호까지 지닌 나라지만, 정파간 싸움도 많고, 국민들의 생활은 편치가 않다.

 

초등학교 교사인 루이스 소리아노(Luis Soriano) 선생님은 아이들이 걱정이다. 기본적으로 땅이 넓어 아이들의 학교길이 멀다. 학교에 한번 가는데 1시간 정도는 걸어야 한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간다고 해도 집에서 숙제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집에, 마을에 책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가가 안정되어 있지 않으니 무슨 대책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콜롬비아는 문맹률이 50% 정도나 된다. 

 

소리아노 선생님이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이 글을 깨치게 하고 또 조금이라도 책을 읽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당나귀 두 마리를 마련하여 그 당나귀에 책을 싣고 산골 마을에 아이들을 찾아가기로 했다. 당나귀에도 이름을 지어주었다. 첫째는 ‘알파’고 둘째는 ‘베토’이다. 합치면 알파베토, 즉 영어로 알파벳(철자)이 되는 것이다.

 

차를 몰고 가면 되는데 왜 당나귀를 몰고 가느냐고요? 콜롬비아는 땅이 넓기는 하지만 대부분 안데스 산맥의 고지대에 놓여 있다. 그러다 보니 마을이 대부분 산 속에 있고, 길이 좋지 않아 차로 접근하기가 어렵다. 소리아노 선생님은 일부러 그런 산간벽지로 가기 때문에 당나귀가 안성맞춤이다. 소리아노 선생님이 길을 나서면 왕복 10Km쯤 되는 거리다. 오고 가는 시간만 4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는 15개 마을을 돌아가며 방문한다.

 

그가 교사이기 때문에 주중에는 하루 정도 오후에 나선다. 보통 수요일 오후이다. 그리고 토요일은 일찍 길을 나서 하루 종일 산골 아이들과 보낸다. 그가 길을 나서면 중간부터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노래를 하며 당나귀 도서관과 함께 간다. “마침내, 루 소리아노 선생님이 가시네.” 그리고 마을 어귀에 도착하면 벌써부터 아이들이 뛰어나와 반긴다. 그리고 모두 합창을 한다. “마침내, 루 소리아노 선생님이 오시네.” 아이들 사이에 저절로 만들어진 노래다.

 

1997년 70권으로 시작된 이 작은 도서관이 이제는 수천 권을 소장하게 되었다. 저명 소설가가 도와주어 기증도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 당나귀가 싣고 갈 수 있는 책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100여 권 정도 골라서 가지고 간다. 아이들은 당나귀 등에서 내린 책을 골라서 본다. 동화책도 있고, 소설책도 있고, 위인전도 있고, 백과사전도 있다. 아이들은 이 귀한 책들을 신나게 읽지만, 더러는 글을 못 읽는 아이도 있다. 그 아이들에게는 소리아노 선생님이 소리 내어 읽어 주신다. 당나귀 도서관이 임무를 마치고 마을을 떠나갈 때도 아이들은 마을 밖으로 나와 당나귀가 사라질 때까지 노래를 부른다. “마침내, 루 소리아노 선생님이 가시네.”  

 

콜롬비아 말(스페인어)로 비블리오부로(Biblioburro: 당나귀 도서관)라 불리는 이 도서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이고 또 가장 작은 이동식 도서관이다. 2012년 사고를 입어 소리아노 선생님은 다리를 절뚝거리게 되었다. 그러나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이동도서관은 계속 되었다.

 

콜롬비아 아이들에게 책은 그냥 책이 아니었다. 그것은 꿈이었고, 미래였고, 희망이었다. 콜롬비아 아이들에게 소리아노 선생님은 그냥 선생님이 아니었다. 등대지기였고, 북극성이었고, 천사였다. 

 

수원에 사는 K씨는 ‘당나귀 도서관’ 스토리에 감동을 받았다. 자신도 아이들에게 뭔가를 해 보고 싶어 동네 아이들이 부모들과 찾아와서 책을 보고 즐기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콜롬비아 소리아노 선생님에게 이메일을 보내 ‘당나귀 도서관’ 이름을 쓰게 해 달라 부탁을 했다. 기꺼이 허락을 해주셔서 이름도 쓰고 장식물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당나귀 도서관’ 이라는 작은 북카페가 지난 12월 수원에 오픈하게 되었다. 당나귀 도서관의 희망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 좋겠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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