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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18] 오늘 즐거운 일이 어떤 것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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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
기사입력 2020-06-15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오늘 즐거운 일이 어떤 것이 있었나요?” 필자가 사람들을 만날 때 던지는 질문이다. 코칭을 할 때도, 수업을 시작할 때도 그리고 그냥 만날 때도 이 질문을 던진다. 수업이나 코칭을 할 때는 최근 즐거웠던 일 세 가지를 적게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질문에 대답하는 걸 꽤 어려워한다. 즐거운 일이 많이 있을 법한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즐거운 일이 뭐 있겠습니까? 항상 생활이 그거 그거지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가끔은 즐거운 일이 있었다고 대답하는 이들도 있다. “골프 라운드 중 이글을 했습니다.” “제주도 여행을 갔다 왔습니다.” “아이들 하고 모처럼 놀이동산엘 갔다 왔습니다.” “큰 계약이 성사되었습니다.” 그 분들은 이런 것을 이야기한다. 맞다. 이글을 했으니, 멀리 여행을 갔다 왔으니 그리고 어려운 계약을 성사시켰으니 얼마나 즐겁겠는가?

 

그런데 즐거움이 이런 데만 있을까? 필자가 초등학교 2학년 아이 하고 이야기하면서 “즐거운 일이 무엇이 있었어요?” 하고 물었다. 그 아이 역시 한참을 생각하더니 ‘아빠 하고 놀이동산에 갔다 온 것’ ‘엄마가 맛있는 것 사준 것’ 이런 것을 이야기 했다. 한참 그 즐거운 이야기를 들은 후에 “그런데 공부하는 것은 즐겁지 않아요?” 했더니, “즐거워요.”라고 대답을 했다. “그럼 놀이동산에 간 것 하고 공부하는 것 하고 어떤 것이 더 즐거워요?” 하고 물었더니 뜻밖에도 “공부하는 것이요.”라고 대답했다. 우리의 대화는 계속 신나게 이어졌다. 왜 공부하는 것이 좋은 지, 어떤 때 좋은 지, 그렇지만 또 어떤 때는 안 좋은지...

 

김 사장은 기업을 일군 지 20년이 되었다. 그 동안 갖은 고생을 했으나 이제 자리를 잡아 한숨 돌릴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최근 들어 문제가 생겼다. 일이 재미가 없어진 것이다. 고생할 때는 뭐든지 재미있고, 하나씩 이루어나가는 것이 신났는데 이제는 일도 그렇고 사는 것 자체가 재미가 없어진 것이다. “최근에 즐거운 일이 어떤 것이 있었나요?” 물으면 김 사장은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그리고 찾아내는 것이 어려운 수금을 해 낸 것, 부동산을 구입한 것, 부부동반 여행을 한 것 등이다.

 

최근에는 김 사장과의 대화를 바꾸어 보았다. “사장님, 큰 일, 특별한 일이 물론 즐거운 일이겠지만, 이제 일상적인 생활을 생각해 봅시다. 매일 반복되고, 항상 일어나고, 어떻게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일을 생각해 보세요. 그 중에서 즐거운 것을 찾아보세요.” 소위 ‘일상의 즐거움’을 찾게 한 것이다. 처음 김 사장의 마음속에서는 저항이 일고 있었다. 그런 게 뭐 즐거움인가 하는 의식 말이다. 그런데 필자와 이런 대화를 계속하다 보니 김 사장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출근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했다. 회사에서 직원들과 얼굴 마주하고 대화하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공장에서 물건 출하되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직원들이 가져오는 서류에 결재하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집에서 부인이 해주는 밥 먹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이 작은 태도가 김 사장이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김 사장은 항상 큰 것만 노리고 있었고, 항상 큰 것을 걱정했다. 그런데 이제는 매 순간이 즐겁고 그리고 작은 것, 하찮은 것 하나 하나가 의미롭다. 부품 하나하나에 애정이 가고 고객과 만나는 순간순간이 재미있다. 김 사장은 다시 의욕을 찾았다.

 

사람의 뇌에서는 도파민(dopam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호르몬)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사람을 흥분시키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작용을 한다. 도파민이 적게 나오면 우울증에 빠지고 도파민이 많이 나오면 반대로 조증에 빠진다. 보통사람들은 스스로 어떤 때 도파민이 많이 나오고 어떤 때 적게 나오는 지를 안다. 그래서 도파민이 많이 나오는 쪽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도파민은 새로운 것, 비일상적인 경험을 했을 때 많이 분비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일상적인 생활을 벗어나서 여행을 가고 싶고, 또 격렬하고 짜릿한 스포츠를 경험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도파민을 찾아 나서면 본연의 삶이 망가질 수 있다. 청소년은 탈선을 하게 되고, 성인은 일탈을 하게 된다. 일이 재미없게 되고, 가정이 따분하게 된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은 작전을 바꾸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도파민이 나오게 해야 한다. 일상을 새롭게 보아주는 것만으로 도파민이 나온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자신이 보상을 하는 것도 좋다. 자신이 하는 일상을 조금 새롭게 바꾸면 더욱 좋다. 학생은 매일 하는 공부를 새롭게 보아야 하고, 주부는 매일 하는 가사를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 사장은 매일 하는 회의를 새롭게 진행해 보면 어떨까? 당신의 즐거운 일, 그것은 바로 당신 곁에 있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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