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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15] 보이게 해야 개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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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
기사입력 2020-05-25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 화성신문

코로나 바이러스의 크기는 80에서 100 나노미터라고 한다. 그러니까 커보았자 10만분의 1 센티미터 정도의 크기다. 전자현미경을 들이대지 않고는 도저히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미물인 것이다. 이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적이 보이지 않으면, 공격할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다. 적의 규모도 알 수 없고, 적의 이동 속도도 알 수 없다. 그런데 우리 질병관리본부는 국민들에게 ‘보이지 않는 적’을 최대한 보이게 만들어주었다. 

 

교회에서 출발했다고도 이야기했고, 콜센터에서 시작되었다고도 말했고, 이태원 클럽에서 또 다시 시작되었다고 했고, 어느 지역에서 특히 심하다고도 알려주었다. 매일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수를 발표했다. 심지어는 확진자의 동선까지 파악하여 적의 흐름을 가늠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바이러스를 직접 보는 것처럼, 조심하고, 피하고, 경계할 수 있었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침방울이 얼마나 세게 멀리 나가는 지도 보여주었고, 손을 안 씻으면 손에 병균이 얼마나 묻어있고. 어떻게 사무실내에 번지는지도 보여주었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올바른 손 씻기에 대한 동영상 자료가 많이 있다. 손 씻기를 왜 6단계로 해야 하는지, 왜 30초 동안 해야 하는지 생생하게 실험 자료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 대처는 물론이고, 우리 국민들의 위생관리 수준도 크게 향상되고 있는 듯하다. 

 

회사에서나 개인 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뭔가 변화를 하려거나 개선을 시도할 때는 우선 보이게 해야 하고 드러나게 해야 한다.

 

어느 회사에서는 구매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도 외부에서 자재나 용품을 구매해 오는데 상당한 낭비가 있으며, 이를 개선하면 큰 절약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본사 관리파트에서는 이 문제를 여러 차례 거론하였으나 번번이 현업의 반발에 부딪쳤다. 각 공장에서 알아서 잘 하고 있는데 왜 본사에서 나서느냐 하는 투였다. 아무리 토론을 해 보았자. 탁상공론이었다. 

 

그래서 여름방학동안 아르바이트 대학생을 통해 조사를 해 보았다. 우선 장갑 하나만  알아보기로 했다. 회사에서 쓰는 장갑이 무려 424종이나 되었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같은 장갑인데 어떤 공장에서는 5달러에 구매하고 있었고, 다른 공장에서는 17달러에 구매하고 있었다. ‘이런!’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424종이나 되는 장갑을 모두 모았다. 가격표가 붙어있는 샘플을 하나씩 구해 임원 회의실에 전시를 했다. 각 사업부 본부장과 공장장들을 불러 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게 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더 이상 이론도 논쟁도 무의미했다. “이것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어찌 이럴 수 있지?” 참석자들의 탄성만 있을 뿐이었다. 그 일 이후 구매는 중앙에서 이루어졌으며 엄청난 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 변화관리의 대가 존 코터(John Kotter)교수가 쓴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기술(김영사, 2007)에 소개된 실 사례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사례는 많이 있다. 한때는 불량품 새벽시장이 유행이었다. 아침 업무가 시작되기 전에 전날 만들었던 제품 중 불량품을 모아 전시를 하고 각성시키는 행사였다. 어떤 회사에서는 실패담을 모아 책으로 만들고 발표도 하고 했다. 여기에 참여하는 직원들에게는 오히려 보상을 주고 말이다. 또 다른 회사는 고객이 불평하는 장면을 녹화하여 직원 교육에 틀어주기도 했다. 

 

보이게 하는 전략은 나쁜 것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것도 드러내야 더 좋아지고 힘이 난다. 목표도 가시화되어야 동기가 부여된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 마음을 글로 쓰고 또 말로 전달해주면 더 좋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는 병원 로비에 감사나무를 만들고 거기에 감사 글을 적은 열매모양의 카드를 주렁주렁 붙였다. 병원 종사자들이 서로 적었고, 환자와 그 가족들이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간호사, 직원들에게 감사열매를 달았다.

 

바이러스도 퇴치하려면 드러내야 하고, 불량품, 나쁜 버릇도 보여주면 개선에 단서가 나온다. 꿈도 목표도 사랑도 보이고 느껴져야 동력이 생긴다. 드러내다 보면 부끄러워지고 화가 나기도 한다. 그것이 변화의 시작인 것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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