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봉식 로타리안
“로타리에 미쳤다고요? 미치긴 미쳤죠”

현 국제로타리 3750지구 2019-2020년도 총재 의전실장
‘별에서 온 남자’·‘작은 거인’·‘필리핀 맨’ 별명 가진 ‘봉사 천사’
“로타리가 가르쳐줬죠. 나눔이 행복이라는 인생의 지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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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2020-05-08 [19:23]

▲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하트를 그려 보이는 이봉식 의전실장.     © 화성신문

 

 

국제로타리 관련 취재를 하던 중에 로타리에 미친 사람소리를 듣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가 들렸다. 궁금했다. 도대체 봉사를 어떻게 하길래 그런 엄청난 말을 들을 수 있을까. 그래서 찾은 사람이 이봉식 국제로타리 3750지구 2019-2020년도 총재 의전실장이다.

 

이 실장은 별명이 많다. ‘별에서 온 남자’, ‘작은 거인’, ‘ 필리핀 맨. 모두 동료 로타리안이 붙여준 별명들이다.

 

로타리안(로타리클럽 회원을 일컫는 별칭)들은 자신의 이름 앞에 아호를 붙인다. 이 실장의 아호는 금성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 이름인 금성모타에서 따오기도 했지만, 속내로는 지구에 온 귀한 손님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귀한 손님 대접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일을 많이 하고 싶다는 소망도 담겨 있다고도 했다.

 

3750지구와 소속 클럽인 조암로타리의 크고 작은 행사에 빠지는 일이 거의 없다. 인터뷰하는 날도 지구 내 클럽들에게 보낼 물품을 포장하는 일을 했다.

 

작고하신 김진일 전직 로타리클럽 회장으로부터 로타리 소개를 받고 20년 전에 입회했어요. 돌이켜보면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아닌가 싶어요. 로타리 없는 인생은 이제 생각할 수가 없어요. 늘 가족들에게 미안하죠. 로타리가 가족보다 늘 먼저니까요. 요즘 들어서는 가족 많이 챙기려고 노력합니다. 하하.”

 

1969년생인 이 실장은 조암로타리클럽 2017-18년도 회장이다. 7년간의 막내 생활과 사회봉사위원회 위원장, 국제봉사위원회 위원장, 회원관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장기집권한 후 총무 활동을 하면서 다져진 내공을 회장시절에 분출시켰다. 어떤 변화의 과정을 겪었을까.

 

처음에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는데 어르신들이 하는 말씀과 행동을 보면서 저의 모습이 조금씩 바뀌더라고요. 저런 게 과연 가능할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실현되는 걸 보면서 깨달은 거죠. 15년 동안 그렇게 내공이 다져졌지요. 회장 때는 용광로에서 쇳물 쏟아지듯 1년 동안 정말 혼신의 힘을 다했어요. 1년 동안 미쳐서 살았죠. 그래서 봉사에 미쳤다라는 소리가 나온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저의 회장 시절 종합대상 클럽이 저희 클럽이었었죠.”

 

이 실장은 외관상 영낙없는 필리핀 사람이다. 스스로 “99.9% 닮았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래서일까. 유독 필리핀과 인연이 깊다.

 

 

▲ 이봉식 의전실장(사진 중앙)이 필리핀 화상치료센터를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 화성신문

 

 

이 실장은 회장 시절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15떨어진 마리키나시에 있는 아망로드리게스 국립병원에 화상치료센터 병동을 만들었다. 8개 침상과 피부이식기 같은 고가의 수술 장비를 지원했다. 당시 수도인 마닐라에는 화상을 치료하는 병원이 다섯 군데 밖에 없었고, 동시에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참상도 40개 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필리핀 화상치료센터를 방문한 이 실장은 전신 화상을 입은 3세 남자아이가 입원해 있는 걸 보았다. 병원 이사장으로부터 아이의 사연을 들으니 목조 가옥에서 불이 났고, 이 실장이 지원한 화상치료센터가 없었다면 아이는 죽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나의 조그만 도움의 손길이 화상으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아이를 살렸다는 소식에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똘망똘망한 눈망울이 지금도 생각나네요. 아마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필리핀 로타리안들과 소통하고 있어요. 전 부시장, 현직 시의원도 있습니다. 필리핀은 이제 제겐 제2의 고향입니다. 아마 이런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로타리안들이 점점 더 로타리 매력에 빠져드는 것 같아요. 이후 라오스에 초등학교도 짓고, 소방차와 구급차를 보내는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실장은 조암로타리클럽 회장 시절에 활동 반경을 세계로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사업(DG, District Grant)에 머물던 활동 영역을 글로벌사업(GG, Global Grant)으로 확대시켰다. 이런 연유로 클럽으로 내려오는 지구보조금(낸 기부금의 일부 상환금) 규모도 600~800만원에서 3,600만원으로 늘었다.

 

긍정 마인드 소유자인 이 실장은 로타리를 인생의 동반자라고 불렀다.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앞만 보고 달려왔어요. 로타리는 나눔이 행복이라는 삶의 큰 지혜를 가르쳐 줬어요. 작은 봉사를 넘어선 큰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기쁨입니다. 사회에서 친구 열 명 사귀기 엄청 힘들잖아요. 로타리를 통해 친구 누나 형 동생 해서 천 명 정도는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로타리가 준 보너스예요. 행복해요. 자부심도 높고요. 로타리가 항상 1순위인 이유죠. 집사람과 아이들한테는 미안하지만. 하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는 이 실장에게 물었다. 어떤 인생이 잘 사는 인생이냐고.

 

바보처럼 사는 게 제일 잘 사는 것 같아요. 너무 계산하지 않는 인생 말입니다. 잘 듣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낮아지려는 삶의 태도도 중요하고요. 리더가 별건가요. 그런 사람이 리더죠. 내년에는 필리핀으로 가족 여행 가고 싶어요.”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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