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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12] 일 속에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미세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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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
기사입력 2020-04-27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필자가 한번은 외국 출장을 다녀오면서 인천공항에서 공항리무진 버스를 타고 귀가하고 있었다. 자리가 없어 버스 맨 뒷좌석에 앉았는데 필자 옆자리에 우연히 스튜어디스 한 분이 앉게 되었다. 버스가 달리기 시작하자 필자는 이내 잠들기 시작했는데 옆자리에서 전화소리가 들리질 않는가. 그 스튜어디스가 누군가 하고 통화를 하고 있었다. 

 

나지막하게 시작한 목소라는 점점 커졌고, 승객들을 욕하는 소리까지 들렸다. 필자는 잠에서 깼으나 이 상황에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계속 자는 체 하다 적당한 시점에서 눈을 뜨고 스튜어디스에게 말을 붙여 보았다. “어디 다녀오세요?” 했더니 “뉴욕예요”하면서 “죄송합니다. 제가 엄마 하고 통화하다보면 그냥 할 말 못할 말 다 하게 되요” 그 스튜어디스는 그제야 필자의 존재를 인식하고 본인이 지나친 표현을 했었다는 것을 깨우쳤다.

 

뉴욕에서 왔으면 장거리기도 하고 시차도 우리와 완전 반대이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런데 스튜어디스를 정말 힘들게 하는 것은 승객들 응대하는 일이다. 승객들의 온갖 요구를 받아주어야 하고, 심지어는 거칠게 이야기를 해도 웃음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런 노동을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이라고 한다. 감정이 상품이 되는 노동인 것이다.

 

항공승무원들과 함께 대표적인 감정노동자가 콜센터 직원이다. 그들은 대면도 하지 않은 채 고객들 하고 대화를 해야 하고, 화난 고객을 진정시키기도 해야 하고, 또 잘 설명하여 상품도 팔아야 한다. 고객 중에는 작정을 하고 콜센터 직원을 골탕 먹이는 사람도 있다. 이 모든 것을 받아주어야 하니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이겠는가. 게다가 그들은 폐쇄된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일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콜센터에서 집단적으로 나오기도 하지 않았나.

 

감정노동자들은 일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까? 빨리 일에서 벗어나고 싶을 것이다. 친구들과 만나 떡볶이도 먹고 수다도 떨면서 스트레스를 풀 것이다. 필자가 만난 스튜어디스처럼 엄마나 형제에게 전화를 걸기도 할 것이다. 주말에는 여행도 가고 영화도 볼지 모른다. 비슷한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놀이공원 종사자들에게는 그래서 기숙사 시설을 잘 해준다. 낮에 ‘미소를 팔면서’ 쌓인 피로를 기숙사에서 풀라고 운동시설, 노래방, 편의점 등을 잘 갖춰놓고, 심지어는 1일 1실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일 밖에서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자들이 조사를 해보니 현명한 작업자들은 일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일하는 중간에 조금씩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어떤 때는 몇 초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고 길어야 몇 분밖에 안 되는 그런 휴식 말이다. 영어로 이런 휴식을 Microbreak(미세휴식)라고 한다. 잠시 스트레칭을 한다든지, 주변을 조금 걷는다든지, 옆 사람하고 잠시 대화를 나누고, 차를 한잔 한다든지 그런 것 말이다. 창문 밖을 바라볼 수도 있고, 휴대폰으로 유머영상을 볼 수 있고, 몇 구절 책을 읽을 수도 있다. 물론 짧은 명상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작은 행동이 사실은 커다란 효과를 준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근로자의 허리 병을 막아주기도 하고 두통과 디스크도 줄여주고, 또 정신적으로 안정감과 긍정 마인드를 키워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업무에 대한 집중력을 놓여주고 결국 성과를 높인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자원에는 모두 한계가 있다. 많이 쓰면 고갈이 되고 새로 채워주어야 한다. 

 

피로가 쌓이면 피로를 풀고 에너지를 회복해야 한다. 미세휴식은 그 날 쌓인 피로를 그날 회복하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미세휴식을 잘 활용하면서 일을 하게 되면 일을 마치고 가볍게 퇴근할 수가 있다. 퇴근 후에 스트레스를 다스리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거나 돈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 시간에 자신의 발전을 위해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도 있다.

 

일하는 중간에 짬짬이 휴식을 취하는 것은 비단 감정노동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다 필요하다. 육체노동자이건 지식노동자이건 모두에게 말이다. 그러면 회사에서 휴식시간을 공식적으로 주면 될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공식적인 휴식은 효과가 적다. 미세휴식은 말 그대로 짧아야 하고 또 자발적이며 비공식적이어야 한다. 리더는 그냥 직원들이 알아서 중간 중간 쉴 수 있도록 여유를 주면 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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