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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궁현 시민극단 ‘산유화’ 단장 “문화 生氣 불어 넣어 ‘문화도시 화성’ 일조”

홍사용 선생 정신 이어받아 2011년 창단, “공동체의식 중요”
이덕규 초대 관장 창단 ‘불씨’ 지펴, “우리 모두 주인공”
산유화는 ‘동그라미’, “모가 나면 제대로 굴러갈 수 없어”
단원들 간 소통 비결은 ‘밥’, “먹고 마시다보면 해결책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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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2020-04-17

 

▲ 남궁현 시민극단 ‘산유화’ 단장.     © 화성신문

 

 

그래도 다 다시 일어서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가 있는 겁니다.”

 

시민극단 산유화남궁현 단장이 가장 좋아하는 대사다. 201811월 정기공연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서 할아버지 역할을 맡았던 자신이 한 대사다. 수많은 대사 중에서 왜 하필이면 이 대사가 마음에 끌렸을까.

 

문제는 어른들이지 아이들이 아녜요. 대사가 너무 너무 공감이 가더군요. 어른이 아이를 믿어주지 못하는 거죠. 애어른이 많아서 그래요. 제가 어른들에게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요.”

 

노작홍사용문학관 산하 극단인 ‘산유화’는 호로 노작(露雀, 이슬 노 참새 작)을 쓰는 홍사용(1900~1947)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은 시민극단이다. 홍사용 선생은 낭만주의적 경향을 표방한 문예지 ‘백조’를 창간하는 등 낭만주의 시를 주도했던 시인이자, 극단 ‘토월회’를 이끌며 신극운동에 참여했던 예술인이다. ‘산유화’는 노작이 1927년 두 번째로 결성한 ‘산유화회’의 이름을 사용하다 발음하기 힘들어 지금의 이름으로 개명했다.

 

산에 피는 모든 꽃을 통틀어서 산유화라고 합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 다 자기 삶의 주인공이잖아요. 우리 시민극단의 취지와도 너무 잘 어울리죠.”

 

산유화는 올해로 창단 10년째를 맞았다. “다른 지자체에서 활동하는 시민극단들과는 격이 다르다고 말할 정도로 자부심이 높다.

 

공연 작품은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선정된다. 노작 정신과 어울리는 작품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원 각자가 무대에 올리고 싶은 작품을 제출하고, 토론을 하고, 대본을 읽어보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물론 연출가의 조언도 듣는다.

 

 

▲ 2019년 정기공연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 리허설 장면.     © 화성신문

 

 

노작 홍사용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은 극단이기에 단순한 즐길거리, 가벼운 눈요깃거리 작품은 지양합니다. 올해 정기공연 작품 준비도 슬슬 시작할 때가 되어갑니다.”

 

시민극단 산유화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덕규 노작홍사용문학관 초대 관장은 홍사용 선생의 못 다 이룬 꿈을 실현하기 위해 시민극단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문학관을 이용하던 시민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타진했다.

 

문학관 초창기 프로그램 중 시 읽기과정에 참여하고 있던 남궁현 단장과 수강생들이 관장 의견에 공감해 의기투합했다. 남궁 단장의 산유화 애착에는 개인적인 한()도 한몫했다.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고2때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돼 무대에 서지 못한 경험 때문이다. 산유화는 20113월 단원을 모집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개관할 때 문학관 1층에 100평 규모의 공간을 확보했어요. 예산이 없어서 빈 공간으로 있다가 1년 후에 소극장을 만들게 됐어요. 지금의 산유화극장이죠. 88석의 소규모 극장입니다. 우리 단원들이 너무 잘 활용하고 있어요.”

 

첫 단원 모집에 55명이 지원해 깜짝 놀랐다고 한다. 10명 정도씩 5개 팀으로 나눴는데 두 달 정도 지나니까 총 15명으로 줄었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회원은 30명 정도다. 그동안 산유화를 거쳐 간 사람은 300명 정도다. 단원은 1기부터 9기까지 배출된 상태다. 한 기수에 많으면 다섯 명, 적으면 두세 명 배출된다. 매년 3월 신규 단원을 모집하지만, 실제로는 연중 문이 열려 있다.

 

산유화는 화성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는 시민극단이다. ‘우리 모두 주인공입니다라는 슬로건에서도 그 방향성이 드러난다.

 

공연할 때마다 슬로건이 적힌 4미터짜리 현수막을 만들어요. 산유화극장 포토 존에 항상 걸어놓습니다. 우리 모두 주인공이라는 말에는 무대에 서는 사람뿐만 아니라 공연을 준비하는 스태프, 관람하시는 시민들이 모두 포함됩니다. 삶에서 우리 모두는 주인공이니까요.”

 

 

▲ 2014년 정기공연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열연하고 있는 배우들.     © 화성신문

 

 

산유화 단원들의 연령층은 20대부터 70대까지로 다양하다. 작품에 따라서는 단원의 자녀들이 참여하기도 한다. 정기공연을 비롯 워크숍 공연, 노작문학제 개막공연 등 1년에 서너 차례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2011년 제1회 정기공연으로는 <아파트 레터>(조병여 작)를 무대에 올렸다. 2회 정기공연으로는 <삼겹살 먹을 만한 이야기>(황선영 작), 3<아름다운 시인>(장진 작), 4<박수칠 때 떠나라>(장진 작), 5<분장실>(시미즈 쿠니오 작), 6<쌀통 스캔들>(원작 그녀들만 아는 공소시효’, 김란이 작), 7<작은 할머니>(엄인희 작), 8<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하타사와 세이고 작), 9<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김정숙 작)을 올렸다. 3회까지는 황이선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고, 4회부터는 장경욱 수원대 연극영화과 교수가 연출을 맡고 있다.

 

저희 단원들은 연기력 향상을 위해 1년에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12강씩 멘토링 수업을 받고 있어요. 장경욱 교수께서 멘토링 수업을 의욕적으로 진행하십니다. 단원들의 기본기도 튼튼해지고, 산유화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 것은 멘토링 수업 덕분입니다.”

 

생각과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모이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산유화는 어떨까. 남궁 단장은 다툼이 종종 발생한다고 했다. 극단 자체가 해체될 위기 상황도 서너 차례 있었다고 한다.

 

단원들이 배역 정할 때 굉장히 예민해져요. 누구나 무대에 서고 싶고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잖아요. 산유화는 단순한 친목 모임이 아니잖아요. 연극을 통해서 시민들과 공감해야 하는 명확한 목표가 있는 거죠. 문제가 생기는 건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해도를 높이려면 반드시 정기공연을 거쳐야 합니다. 한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나면, 스스로 깨닫게 되죠. 굉장히 겸손해집니다.”

 

남궁 단장은 공동체의식을 강조했다. 공동체의식 핵심 구성요소로는 소통과 공감능력을 꼽았다. 팀워크가 작품성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남궁 단장은 팀워크를 높이고 소통지수를 높이는 방법으로 을 활용한다고 했다.

 

 

▲ 산유화 단원들이 2016년 '쌀통스캔들' 정기공연을 앞두고 리허설 하고 있는 모습.     © 화성신문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함께 먹고 마십니다. 단원들 간의 불협화음을 없애는 데 밥을 같이 먹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는 것 같아요. 먹고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보면 마음속에 품고 있던 안 좋은 감정들이 다 녹아지거든요. 저에게는 밥자리가 경청해야 할 시간입니다. 단원들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죠. 공연을 2주 정도 앞두고는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합니다. 다 함께 모일 시간을 만들기 힘들거든요. 공연 끝나고 뒤풀이할 때는 대부분 울어요. 마음고생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극에는 내면세계를 치유하는 힘이 있거든요.”

산유화에는 자랑할 게 많다. 화성시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자체 소극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자랑거리다.

 

관객과의 소통 핵심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면 됩니다. 작품 선정이 중요해요. 억지로 보여주려고 하는 순간 관객은 바로 알아차리거든요. 10년째 하다보니까 관람해보신 분들은 앞 다퉈 예약을 하시네요. 잘한다, 대단하다고들 평가하세요. 시민극단 산유화를 소재로 논문을 쓰고 계신 분도 있어요. 우리 단원들은 자존감이 높답니다. 하하.”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 영업을 하고 있는 남궁 단장은 산유화의 이미지를 동그라미라고 했다. 모가 나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베테랑다운 직업의식의 발로 아닐까.

 

우리 시민극단 만큼은 정책에 의해서 흔들림 없이 오래가면 좋겠어요. 홍사용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는 소중한 극단이니까요. 문화 불모지 화성시에 문화의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거든요. 하하.”

  

베이비부머 마지막 세대인 남궁 단장은 스스로를 굉장히 피곤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개혁주의자, 원칙주의자, 완벽주의자라는 의미에서였다. 4년 후 정년을 맞으면 크루즈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고, 블로그를 운영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책 쓰고 강의하는 것도 꼭 해보고 싶은 일이다.

 

연극은 중독입니다. 마약 같아요. 연극할 때 정말 행복합니다. 공감하는 행복, 나누는 행복, 표현하는 행복을 느낍니다.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 아시죠?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갈매기 조나단 말예요. 연극할 때는 하늘을 나는 갈매기처럼 자유로워요. ‘아리아리라는 우리말이 있어요. 파이팅이라는 뜻도 있고, 없는 길을 만들어서 간다는 뜻도 있어요. 시민극단 산유화 수식어로는 딱이죠. 우리 모두 주인공입니다. 아리아리~.”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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