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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99] 리더 눈에는 보이고 직원 눈에는 안 보이는 현상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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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
기사입력 2020-01-20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함 사장은 새로운 회사에서 대표이사를 맡게 되었다. 회사가 하는 사업이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헬스케어 분야라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되었다. 일단 최선을 다해 보자 하는 마음만 가지고 직원들이 들고 오는 구매계약 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직원들은 “여태까지 해 오던 거래처인데 지난번과 같은 조건으로 계약 갱신만 하면 됩니다”고 했다. “일단 내가 살펴볼 터이니 두고 가세요” 하고는 여기저리 자료를 뒤져 구매 가격을 살펴보았다. 계약서에 제시된 구매가가 좀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직원들을 불러 몇 가지 지적을 했다. 그랬더니 구매가가 금방 내려갔다. 이렇게 해서 대표이사 취임 3개월 만에 15억 원이라는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전체 500억 원의 구매비용에 비해 엄청 큰 순이익이 생긴 것이다. 함 사장은 이 일 하나로 직원들을 장악할 수 있었고, 오너 회장의 신임도 받을 수 있었다. 

 

함 사장은 필자에게 물었다. “왜 제 눈에는 쉽게 보이는데 직원들은 그것을 못 보았을까요?” “직원들이 거래에서 뭔가 부정을 저지르고 있었겠지요!”

 

영문과 출신 변 사장은 자동화 설비를 취급하는 사업을 한다. 그는 엔지니어가 아니지만 누구보다도 기계를 잘 안다. 엔지니어들이 기술적 난관에 봉착해 쩔쩔매고 있으면 변 사장이 나타나서 한 마디 툭 던지고 간다. “새로운 자재를 찾으려 하지 말고, 압력을 좀 낮춰보면 어때요?” 그 때부터 엔지니어들은 압력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말한다. “왜 우리는 진즉 그 생각을 못 했지?” “사장님은 어떻게 그것을 아셨을까?”

 

변 사장은 말한다. “사실 저는 기계를 잘 모릅니다. 다만, 엔지니어들이 잘 못 보는 것을 가끔 보지요. 기계를 모르다 보니 자유롭게 보는 거예요.”

 

필자는 대학 때 학교 신문을 만드는 기자였다. 기사를 쓰고 열심히 다듬고 또 교정도 본다. 그런데 주간교수에게 가져가면 슥 한번 훑어보고서는 오자나 문맥이 안 맞는 거 심지어는 숫자 틀린 것까지 집어내신다. ‘귀신같이’ 말이다. 

 

왜 리더는 쉽게 찾아내는데 직원들은 모를까? 왜 리더의 눈에는 보이는데 직원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첫째는 함 사장이 우려한 대로 직원들이 모르는 게 아니라 일부러 속이거나 왜곡 시켰을 수 있다. 곧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이거나 사내 정치를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리더는 크로스 체크를 하거나 실사를 해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을 하고 사내 규율을 다잡아야 한다.

 

둘째는 직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부주의한 경우이다. 신문 기자들이 좀 더 꼼꼼히 점검을 하면, 윗사람들이 오류를 찾을 일이 거의 없다. 회사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자료를 더 살피고, 규정을 잘 검토했다면 남에게 책망을 들을 가능성이 줄어든다.

 

셋째는 직원과 리더의 경험 차이에서 생기는 문제일 수 있다. 보통 리더는 직원에 비해 경험이 많다. 과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해 보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어디에서 오류를 범하는 지, 어디를 못 보는 지, 어떤 점을 놓치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그것들 몇 개를 체크해 보면 직원들로부터 ‘귀신같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네 번째는 직원과 리더의 위치에서 발생하는 관점의 차이에서 생기는 현상일 수 있다. 말하자면 직원들은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사람이고, 리더는 밖에서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다. 이것을 ‘행위자-관찰자 효과’라고 한다. 실제로 행동을 하는 사람과 곁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서로 욕구가 다르고 따라서 보는 시각과 지각 패턴이 다를 수밖에 없다. 행동을 하는 사람은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할 것이고, 관찰하는 사람은 자신의 책임과 무관하게 상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행위자가 될 경우는 자신의 과거 행동에 집착하게 되고 자신에게 불리한 요인에 대해서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피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시야가 좁아지는 것이다. 반면에 관찰자는 아무런 부담 없이 이것저것 살펴보고 또 관련이 없는 것도 연결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부하가 행위자가 되어 있는 경우 리더가 편하게 훈수를 둘 수 있다. 마찬가지로 리더가 행위자가 되어 있는 경우에는 부하가 반대로 관찰자로서 훈수를 둘 수 있는 것이다.

 

리더는 보지만 부하는 못 보는 것이 부하의 잘못일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행위자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일 수 있다. 그 한계는 리더가 극복할 수밖에 없다. 리더는 가능한 한 관찰자의 위치를 지키는 게 좋다. 자신의 책임에서 벗어나 아무 생각이나 할 수 있어야 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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