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사람이 도로 막아 갇힌 신세 됐어요”

악감정 쌓인 옆집 부부, 판넬로 할머니 드나들던 도로 차단
‘출구 없는 집’ 갇힌 86세 할머니, 2m 사다리 타고 ‘위험한’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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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2019-07-05 [14:22]

 

▲ 최금순 할머니가 옆집 사람이 도로를 막기 위해 설치한 샌드위치 판넬을 가리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 화성신문

 

 

할머니가 집안에 갇혔다. 집밖으로 드나들던 좁은 길이 옆집에 사는 사람에 의해 바깥쪽에서 샌드위치 판넬로 폐쇄됐기 때문이다. 옆집 사람은 샌드위치 판넬로도 부족해서였는지 두꺼운 벽돌을 높이 쌓아 견고한 성벽을 만들어 놓았다.

 

몇 달 뒤 집 뒤쪽을 통해 외부로 드나들던 다른 공간도 또 다른 이웃사람에 의해 막혔다. 2m 높이의 철망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개인 소유의 땅이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통로로 사용돼 왔었던 길이다. 할머니는 완벽하게 갇힌 신세가 됐다. 외부로 드나들던 통로 두 곳이 막히면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외부로 출입할 수 있는 출구 없는 집이 되어버렸다.

 

옆집 사람이 샌드위치 판넬로 길을 막은 건 지난해 11월이고, 할머니 집 뒤쪽에 철망이 세워진 건 올해 3월이다.

 

▲ 집 밖에서 바라본 전경. 옆집 사람은 샌드위치 판넬로도 모자라 벽돌로 높게 담을 쌓았다.     © 화성신문

 

할머니 이름은 최금순. 나이는 86세로 고령이다.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 갑상선암과 혈액암을 앓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암수술을 받았다. 2~3주마다 한 번씩 수원에 있는 성빈센트병원과 발안에 있는 중앙병원에 들러야만 한다. 딱한 신세가 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할머니는 100m 근처 빌라에 집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2년 전에 1억 원을 주고 화성시 봉담읍 13-8번지에 있는 낡은 집을 매입했다. 30평 남짓한 텃밭을 가진 80평 면적의 집이다.

 

나중에 자신이 죽고 나면 외손자에게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은 요량이었다. 할머니의 66(당시는 64) 된 아들은 반대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옛날에 자신이 태어났다는 이유로, 흙을 밟고 살고 싶다는 이유로 아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집을 샀다.

 

집을 구입하기 전 측량 과정에서 할머니는 자신이 구입할 땅의 일부를 옆집이 침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일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무튼 할머니는 그 집을 샀다.

 

▲ 할머니 집 앞 빌라 옥상에서 찍은 사진. 오른쪽 아랫부분이 옆집 사람이 도로를 막기 위해 쌓은 벽이다.     © 화성신문

 

할머니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은 옆집 마당에 심어진 매실나무 때문이라고 했다. “담벼락을 넘어온 매실나무 가지에서 매실이 떨어져 썩게 되자 날파리와 모기가 들끓었어요. 그래서 우리 집 쪽으로 넘어온 나뭇가지를 잘랐어요. 매실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할머니는 나뭇가지를 자르면 문제가 된다는 걸 몰랐다고 했다. 이 일로 인해 옆집과 언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옆집 사람은 동네 이장이다. 이장의 아내와 할머니는 서로 당숙모’ ‘당질이라고 부르는 친인척이다. 그런데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옆집 사는 부부가 할머니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육두문자를 쓸 지경이 됐다.

 

세상에 살다가 그런 욕은 처음 들어봤어요. 정말 무서운 세상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그러면 못써요.”

 

할머니 집 정면에 위치한 빌라에 사는 한 아주머니는 할머니가 옆집 사람에게 말을 함부로 해서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할머니는 옆집 부부가 이웃들에게 자신을 험담해서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할머니는 지금 외출 하려면 2m 높이의 벽에 걸쳐진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야 한다.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에게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자칫 발을 헛디디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할머니가 ‘위험한’ 외출을 하고 있는 모습. 할머니의 아들이 언론사에 제보하기 위해 찍은 사진이다.     © 화성신문

 

할머니의 아들은 어머니가 살고 계신 집의 옆집 여성과 뒷집에 살고 있는 여성이 서로 친하게 지낸다순차적으로 길을 막은 걸 보면 아예 짜고 어머니를 고립시키려고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할머니는 지금 갓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스물네 살의 외손자와 살고 있다. 화성시에 있는 어느 회사에 다닌다고 한다. 할머니는 지금 외출할 때면 그 외손자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외손자가 도울 수 없는 상황에서는 위험한외출을 할 수밖에 없다.

 

86세 할머니는 지금 하루 종일 집에 갇혀 있다. 외손자가 직장에서 돌아올 때까지 혼자다. 중요한 건 오랫동안 사람이 다니던 관습상의 도로라 할지라도 행정법(도로법)상의 행정처분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곧 민사와 형사 소송으로 양상이 전개될 듯하다. 먼 친인척이라고 하니 서로 대화를 통해 잘 풀어서 송사에 휘말리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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