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50] 운동이 경쟁력을 만든다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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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
기사입력 2019-01-14 [13:17]

▲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     ©화성신문

필자가 1970년대 한국과학원(KAIST)을 다닐 때, 학생처장을 맡은 박교수님은 운동을 무척 강조하셨다. 그분은 전자공학을 전공하시는 교수님이셨는데 KAIST 졸업생들이 직장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현장을 돌아다니셨다고 한다. KAIST 졸업생들이 공부 실력으로 치면 다들 우수생들인데 산업현장에서는 생각만큼 인정을 못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개중에는 정말 인정을 받고 있는 졸업생들이 있었다. 그는 왜 그런지 살펴보았다. 일 잘한다고 인정받는 사람들에게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공부실력이 아니라 운동이었다. 운동을 좋아하고 열심히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KAIST 교육과정이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려 있기 때문에 그는 학생들에게 과외로 그리고 취미로 운동을 하라고 권했다. 그는 사람들이 운동을 통해 성격도 활발하게 되고, 인간관계와 리더십도 터득하게 되며 또 끈기도 길러진다고 생각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주문하면서 신경영을 추진했다. 이때 나온 것이 삼성의 3대 스포츠였다. 스포츠에서 경영정신을 배우라는 것이었다. 골프에서는 에티켓과 자율을, 야구에서는 팀워크를, 럭비에서는 투지를 배우라는 것이었다. 말로만 스포츠 정신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삼성의 임직원들에게 이 3대 스포츠를 적극 권하고 지원까지 했다. 이 바람에 삼성에서 한동안 골프 바람이 세게 불었었다. ‘스포츠는 경영이다’라는 말이 이때 유행을 했으며, 이건희 회장이 IOC위원이 되는데 이 또한 한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시카고 근처의 네이퍼빌(Naperville)에서 있었던 일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지역 센트럴 고등학교 체육교사였던 필롤러(Phil Lawler)는 1990년부터 학교 체육수업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아이들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소위 국영수 수업시간은 늘리면서 체육시간은 점점 줄이고 있었다. 롤러 선생님은 이래서는 안된다는 절박감을 느꼈다. 그나마 몇 시간 안되는 체육시간도 건성으로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몇명의 학생들만 운동을 할 뿐 대부분은 별로 몸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0교시 수업을 도입했다. 오전 7시 10분, 참여 학생들이 모두 1마일(1.6km)을 힘차게 달 리게 했다. 어떤 학생은 9분에 뛰고, 어떤 학생은 15분에 뛴다. 그것이 전부다. 스포츠 경기를 가르쳐주는 체육수업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운동을 시켰다. 이렇게 시작한 0교시 체육수업은 그 지역 학군 전체에 퍼졌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일단 2000년대 초 미국 학생들의 비만율이 30%였는데 네이퍼빌 지역 비만율은 3%에 불과했다. 이뿐이 아니다. 성적 향상이 뒤따랐다. 0교시 체육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7% 포인트나 읽기와 독해 능력이 향상되었다. 매 4년마다 치루는 중학생 세계학력테스트에서 1999년 네이퍼빌 학생들이 과학에서는 세계 1위, 수학에서는 세계 6위를 했다. 미국 전체의 성적은 과학 18위, 수학 19위인데 말이다.

 

운동이 좋다는 것은 대부분 잘 안다. 운동은 신체를 단련하고 나아가서는 대인관계도 향상시킨다. 그런데 운동이 좋은 것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운동이 바로 뇌를 발달시킨다는 것이 최근 뇌 과학 또는 신경생리학에서 밝혀지고 있는 사실이다. 운동, 특히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뇌에 단백질이 공급되고 신경세포를 성장시키는 인자가 강화된다. 결국 새로운 뇌세포가 많이 생성된다고 한다. 

 

운동을 하면 이렇게 뇌세포가 새로 형성되지만 그 세포에게 새로운 역할을 주지 않으면 금방 사라진다. 신생 뇌세포에게 역할을 주는 일은 새로운 자극을 줘서 뇌세포의 신경돌기들이 서로 연결되고 네트워크를 만들게 해야 한다. 그래서 운동이 중요하지만 운동만으로는 부족하다. 운동 후에 공부를 하고 새로운 습관을 형성해야 한다. 

 

한국화장품 공장에서는 하루 10분간 탈춤을 추 는 운동을 통해 산업재해 제로를 달성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여기에서도 10분의 운동이 요통을 없애고 몸을 유연하게 할 뿐만 아니라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뇌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정보화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의 움직임 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뇌를 활성화시키고, 팀워크를 높이고, 성격을 밝게 해주는 운동이 절실하다. 운동도 경쟁력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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